AZ 논란 속 입지 다지는 러·중 백신…중 49개국·러 22개국에 수출

  • 뉴스1
  • 입력 2021년 4월 12일 15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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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미국을 주축으로 한 서방의 백신 독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혈전 논란을 파고들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중·러 백신 환영하는 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 국가들

최근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국가들에 중국·러시아에서 생산된 백신의 공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러시아와 중국은 수십년 동안 라틴아메리카에 경제·외교적 진출을 시도했고 다양한 성공을 거뒀다”며 백신 외교에서 라틴 아메리카를 우선으로 두는 이들 국가의 정책이 무역 거래나 경제 관계에 있어 더 장기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토머스 섀넌 전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은 최근 “최근까지만 해도 대형 보건 재난이 일어나면 달려가 의지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이었다”며 국제사회의 단합된 코로나19 대응에 동참하지 않기로 결정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결정이 “매우 취약한 순간에 당면한 많은 나라에 우려스러운 메시지를 보낸 셈이 됐다”고 말했다.

NBC에 따르면 섀넌 전 차관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 같은 방침이 변화하지 않는 한 “세계는 미국이 믿을만한 파트너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고 그건 미국에도 위험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존 캠벨 전 나이지리아 주재 미국 대사도 “무기 수출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국민이 원하고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백신 공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영국 제약분석업체 에어피니티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중국은 자국에서 생산된 2억5000만회분 가운데 1억1800만회분을 49개국에 배분했다.

러시아는 자국 백신을 22개국으로 보냈고 인도도 전체 생산량의 절반에 가까운 6400만회분의 백신을 해외로 수출하거나 기부했다.

이에 반해 미국은 2억회분의 백신을 미국민들을 위해 배분한 것으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집계 결과 나타났다. 미국은 또한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사용이 예정돼 있지 않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400만회분을 멕시코와 캐나다에 나눠주기로 약속했다.

◇저개발국 백신 공백, 중국·러시아엔 ‘기회’

NBC는 서방의 백신 이기주의로 인해 저개발·빈곤 국가들의 접종 기회에 공백이 생겼고, 중국과 러시아는 기꺼이 이를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집트의 경우가 그렇다. 미국으로부터 매년 13억달러(약 1조4600억원) 규모의 경제 지원을 받지만 인권 현황을 놓고 미국 등 서방과 관계가 소원해진 이집트는 올해 중국으로부터 첫 코로나19 백신을 조달받았다.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 백신 수출이 외교적 성과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한다.

지난달 궈웨이민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대변인은 백신 외교 공세를 비난하는 목소리에 “매우 편협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가장 가난한 나라를 포함해 모든 나라가 팬데믹을 멈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가능한 많은 백신을 보유하도록 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NBC는 러시아나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있어 백신 외교가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며 두 나라의 백신 수출은 러시아의 무기 판매나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계획보다 규모가 훨씬 작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글로벌예측 담당 애거시 드마레는 “백신 외교는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떨치기 위한 수십년에 걸친 양국의 노력에 벽돌 하나를 더 올리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백신 외교가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적극적인 초기 대응 덕분에 국내 확산을 비교적 빨리 잠재울 수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른 나라만큼 시급히 백신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공산당 일당체제인 만큼 미국처럼 유권자들의 불만을 걱정할 필요 또한 없었다.

미국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 중국과 경쟁해야 하니 백신 수백만회분을 남아메리카나 아프리카로 보내겠다”고 국민에게 말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백신 수출에 신중한 입장이라고 드마레는 설명했다.

◇가장 ‘핫한’ 외교수단: 백신

온라인 매체 쿼츠는 코로나19 백신이 근래 가장 뜨겁고도 새로운 외교 수단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백신 외교의 개념은 상당히 단순하다. 백신을 생산하는 나라가 백신을 필요로 하는 나라와 상호 공급 협약을 체결하는 것.

쿼츠는 백신 외교가 여러 방면에서 다른 외교 채널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코백스(세계보건기구가 주도하는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라는 다자간 협약도 있고 각 국가 간 개별로 체결하는 양자 협약도 존재한다. 또는 시리아가 이스라엘인 수감자를 석방하는 조건으로 이스라엘이 백신을 공급하기로 알려진 것처럼 대가를 건 백신 기부도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의학적 수요보다는 지정학적 요인에 따라 수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코로나19의 종식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본다.

쿼츠는 “백신 외교는 매우 민감한 주제”라며 “백신을 수출하거나 기부하는 입장인 국가는 외교적 이익이 주요 목적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은 채 소프트파워의 혜택을 누리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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