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끝없는 비극…10살 소녀, 코코넛 들고 집앞 뛰다 처형됐다

뉴스1 입력 2021-04-05 16:47수정 2021-04-0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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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앞의 길을 코코넛을 들고 뛰어가던 10살 소녀가 갑자기 풀썩 쓰러졌다. 뛰다 넘어진 줄 알았던 아버지는 떨어뜨린 코코넛 말고 하나 더 먹어도 된다고 말해주려고 달려가 소녀를 안아 올렸다. 하지만 소녀의 몸은 축 늘어진 채 피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미얀마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 모울메인의 한 거리, 부드러운 오후의 햇빛 속에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4일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7일 군경의 총에 사망한 소녀 아예 미앗 투(Aye Myat Thu)가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 조명했다. 소녀는 어딘가에서 폭죽 소리가 울려퍼지자 궁금해 길을 내려갔다. 그런데 소녀도, 소녀의 아버지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날 나무 뒤에는 위장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숨어있었다. 왜 소녀가 사는 조용한 동네에 그들이 깔려 있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총알은 바로 소녀의 왼쪽 관자놀이를 뚫고 머리에 박혔다. 처형하듯 조준 사격한 것이다.

미얀마 군경이 지난 2월부터 살해한 어린이는 40명이 넘었다. 시위에 참여했다가 목숨을 잃은 이도 있었지만 그저 옆에서 구경한 것만으로도 처형당하듯 죽었다. 어떤 아이들은 아버지 무릎을 파고들다가, 차를 내오다가, 물을 가져오다가, 코코넛을 들고 뛰다가 죽었다.

모울메인에서 시위는 쿠데타 일주일 후에 시작됐다. 지난달 20일 사망자가 증가하면서 주민들은 직접 시위 대신에 동물 인형이 시위하는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항의했다. 곰돌이 푸와 돼지, 도라에몽, 작은 거북이가 줄지어 “우리는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쓴 팻말을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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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군의날, 군경의 폭력진압으로 전국에서 최소 114명이 죽은 후 모울메인의 시위도 다시 격렬해졌다. 약 300여명이 바리케이드 뒤에 모여 100명의 군경과 대치했다. 군경은 처음에는 고무총을 쐈지만 오후에는 실탄을 쏘았고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여한 이들 중에는 소녀의 고모도 있었다. 고모는 페이스북에서 사람들의 시위 장면을 본 조카딸이 한번은 왜 시위를 벌이고 죽는 거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고모는 “나는 쿠데타와 우리가 왜 싸우는지를 설명했다”면서 “조카는 내가 설명하는 것을 듣기만 했다. 조카는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소녀가 죽은 다음날 장례식이 치러졌고 소녀는 화장됐다. 관 속에 가족들이 넣어준 크레용 세트와 인형, 모노폴리판, 그리고 죽기 이틀전에 그린 헬로키티 그림은 시신과 함께 타올랐다. 군인들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자신들이 죽인 무고한 시민들의 시신을 훔쳤는데 소녀의 부모는 죽은 어린 딸이 그런 일까지 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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