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유럽과의 동맹 복원을 위해 벨기에를 방문해 일정을 소화한 가운데 중국에서는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언급하며 양측 신뢰관계가 얼마나 회복될진 의문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24일(현지시간)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環求時報)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이 돌아왔다’는 슬로건에 맞춰 유럽과 동맹관계를 재구축하려고 하지만 신뢰를 어느 정도 회복할지는 의문”이라며 “2024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 이에 따라 (그해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22일 벨기에에 도착해 23일부터 24일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무장관 회의 참석, 유럽연합(EU) 고위 관계자들과의 만남 일정 등을 소화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기간 동안 미국을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시키고 EU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행동을 벌인 데 따른 수습 조치다.
블링컨 장관은 이 자리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북한과 이란 등이 동맹국을 위협하는 핵, 미사일 능력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유럽 간 협력을 여러 번 강조했다.
한편에서는 이에 따라 미국이 냉전시절 때처럼 중국과 러시아에 맞서 새로운 블록을 형성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중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 같은 시도가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베이징 중국사회과학원의 미국 정치외교전문가 뤼샹은 “나토는 사실상 미국이 장악하고 있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을 유럽의 대표주자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에 대한 중국의 위협은 상상력을 바탕에 두고 있다”며 “그러나 중국과 EU 간 얽힌 경제관계는 현실적이다. 유럽 지도자들이 상상의 위협 때문에 실질적이고 결정적인 이익을 훼손할 정도로 어리석진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매체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EU로 대표되는 유럽은 미국과 중국의 균형을 맞추고 세계의 다극화를 촉진하는 ‘또 다른 축’이 되길 원하지만 미국은 유럽이 미국의 추종자 역할을 지속해주길 원하고 있으며 이는 양측관계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블링컨 장관이 이번 나토 연설에서 “미중 관계에 있어 동맹국들에 ‘우리(미국) 또는 그들(중국)’이라는 선택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데에 “미국과 유럽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이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대해서도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면서 블링컨 장관의 노드스트림2 가스관 사업 관련 발언을 짚었다.
블링컨 장관은 23일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해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에서 독일까지 건설 중인 해당 사업과 관련 “궁극적으로 EU의 안보를 위협하고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등 동유럽 동맹국들의 이익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럽에서는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EU 천연가스 소비량의 3분의1을 차지해 해당 가스관 건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내년에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는 독일은 더욱 천연가스 확보가 절실하나 전문가들은 미국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포기하도록 독일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미국이 돌아왔다’는 것은 미국이 동맹국들을 돕겠다는 것이 아니라 괴롭힌다는 의미라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의 단결을 유지하고 동맹을 만들기 위한 공동의 외부 위협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맹국들은 미국의 패권주의에 봉사하기 위해 더 많은 자원이나 노력을 지불하게 되며 이는 결국 동맹국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필리핀과 같은 일부 미국 동맹국들은 이미 이것을 깨달았고 앞으로 더 많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이웨이 중국 인민대 유럽연구센터 소장은 “기득권층을 대표하는 미국이 복귀한 듯하다”며 “나토 국가나 일본 등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회복되는 듯하지만 사실은 트럼프 시대 이후 세계 각국은 미국에 매우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미국이나 서구 심지어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지 않다”며 “적개심을 드러낼수록 불안감도 커진다. 미국이 자주 전 세계를 돌며 동맹국들에 지지와 단결,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뤼샹은 ‘미국이 돌아왔다’는 슬로건이나 최근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행동과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의 어색한 순간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다 비틀거린 것을 언급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계단에서 넘어진 이유는 걷지 않고 뛰려고 했기 때문”이라며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에 대해 얘기하는 것에 대해 정말 신경쓰기 때문에 걷는 것보다 더 빨리 뛰어야 하고 강한 척을 해야 한다. 그의 조국(미국)은 약점을 감추고 강경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 비틀거리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