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시아, 트럼프 재선 위해 정보공작…푸틴 지시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7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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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2016년에 이어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도 정보 공작을 펼쳤다는 미 정보당국의 보고서가 16일 공개됐다. 재임 내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착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미국 내에 허위 정보를 퍼뜨렸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이 공작을 인지했고 직접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CNN 등에 따르면 미 국가정보국(DNI)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 이란, 중국 등 미국의 적성국이 펼친 공작을 분석한 보고서를 기밀 문서에서 해제했다. DNI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정보 수집이 러시아 정보당국의 최우선 임무였다. 바이든 후보를 깎아내리는 근거 없는 정보와 의혹을 미 언론, 정부 관리, 유력인사 등에 주입하고자 공작을 벌였다”고 밝혔다. 다만 적성국의 대선개입 시도에도 불구하고 유권자 등록 및 투개표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대선 결과가 공정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미국에 허위 정보를 퍼뜨린 핵심 고리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지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현직 부통령 시절 아들 헌터가 이사로 재직했던 우크라이나 천연가스사 부리스마를 도와주기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이 사건에 관한 정보를 친(親)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의원 안드리 데르카치로부터 얻었다. 러시아 정보당국 또한 바이든 부자(父子)에 대한 정보를 캐기 위해 부리스마를 해킹했다. 다만 데르카치가 줄리아니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허위 정보를 제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줄리아니는 우크라이나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미 수사당국에 제공해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를 종용하려 했다. 보고서는 “푸틴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가 사실상 바로 연결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이 2016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정보 작전을 직접 지시했을 것으로도 내다봤다.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2016년에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푸틴이 트럼프 후보를 지원했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보고서는 이란 또한 자국에 적대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방해하는 활동을 펼쳤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정보 공작을 검토했지만 실패 가능성이 높은데다 역풍을 우려해 방관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중국이 나를 떨어뜨리기 위해 바이든 후보 편에 서서 공작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CNN은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의 대선 개입에 관해 빠르면 다음주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년 11월 중간선거 이후 대선 재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내년 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되찾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자신의 지지층이 재출마를 원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자신의 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재임할 때 코로나19 백신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도 전에 생산하는 도박을 걸어 성공했다. 수백만 명을 살렸고 미국과 세상도 구했다”고 주장했다. 25일 취임 65일 만에 처음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힌 바이든 대통령 또한 회견에서 방역 성과를 집중 홍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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