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남북전쟁후 최악의 분열… 바이든 취임사 주제는 ‘하나된 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20일 취임 바이든, 첫 메시지는 ‘통합’
여론조사에서 美국민 49%만 “바이든, 美에 옳은 결정 내릴 것”
“아니다” 응답이 50%로 더 많아… 코로나-트럼피즘 극복 발등의 불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분열적인 4년을 보냈다. 그것이 조 바이든(사진)이 대선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였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지명자가 17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통합(unity)’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의지를 강조하며 내놓은 설명이다. 그는 이와 함께 바이든 당선인이 20일 취임식에서 내세울 핵심 메시지로 “통합, 나라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 그리고 일이 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로 사회 분열상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상황에서 갈등을 치유하고 국가적 단합에 우선적으로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 첫날부터 만만치 않은 국내 현안들을 받아들게 된다. 지난해 5월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 씨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과 사회 분열, 갈등의 문제가 무엇보다 심각하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과격한 시위와 보수파의 반발은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주류 언론의 날 선 공격에도 유권자 7400만 명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는 사실은 바이든 행정부가 외면하기 힘든 사실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함께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1%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하는 부정선거 의혹에 근거가 있다’고 했다. 또 전체의 67%는 ‘바이든 당선인이 정권 인수를 잘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이는 취임 전 70∼80%대의 지지를 받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의 미래를 위해 옳은 결정을 내릴 것으로 확신하느냐’는 질문에는 절반에 못 미치는 49%만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아니다’라는 대답이 50%로 조금 더 많았다. 팽팽하게 둘로 나뉜 미국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바이든 당선인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시급한 현안들도 쌓여 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예상보다 더딘 속도로 배포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클레인 지명자는 “2월 말까지 코로나19 사망자가 50만 명에 육박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제 피해와 재정 부담도 숙제다. 그러나 각 분야의 대응을 진두지휘해야 할 내각 수장들은 아직 아무도 의회 인준을 받지 못했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바이든 당선인이 전례 없는 도전들에 직면한 위기의 순간에 취임한다”며 이런 문제들을 조명했다. 바이든 인수위가 취임식 주제를 ‘하나가 된 미국(America United)’으로 정한 것은 그만큼 극단으로 분열된 지금의 미국 사회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취임 시점에 사회적 분열의 치유와 통합이라는 숙제를 받아든 미국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인만은 아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취임하던 1861년 미국은 남북전쟁 직전 두 동강 나다시피 했다. 경제적 난관은 1933년 대공황의 한복판에서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때가 더 심했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의 경우 이런 모든 문제와 함께 코로나19라는 글로벌 팬데믹과 선거부정 논란까지 함께 직면해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언급하며 “미국 역사에서 가장 껄끄러운 취임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뉴욕=유재동 특파원
#바이든#취임식#분열#코로나#트럼피즘#통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