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1년’ 곤 前 닛산차 회장, 레바논서 인기강사 변신…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9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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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9일 횡령 및 배임 혐의 재판을 앞두고 일본에서 레바논으로 탈출한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자동차 회장(66·사진)이 ‘도주 1년’을 맞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9일 곤 전 회장의 지난 1년을 조명한 기사에서 “그가 레바논 한 대학에서 기업가 육성계획 등을 강연하며 편히 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곤 전 회장의 수업은 미화 1만5000~2만 달러(약 1600만~2200만 원)의 비싼 수업료를 내야 청강할 수 있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몰려 인기를 끌고 있다. 곤 전 회장은 올해 9월 강연에서 ‘레바논 안에서 1등을 추구하지 말고 최소 중동에서의 1등을 추구하라’는 취지로 학생들을 독려했다.

프랑스 영화제작사도 10월 곤 전 회장에 대한 다큐 영화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 제작사는 이미 레바논에서 곤 전 회장 부부의 협조를 얻어 촬영을 시작했다. 올해 8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대형폭발이 일어나 많은 국민이 고통 받고 있지만 곤 전 회장은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는 “도망간 경영자로부터 자성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레바논계 부친을 둔 곤 전 회장은 브라질에서 태어났고 프랑스에서 활동해 3개국 여권을 모두 갖고 있다. 이 복수 여권으로 지난해 보석 중인 일본 도쿄 자택에서 탈출한 그는 줄곧 일본의 사법제도를 비판하며 외국인 경영자에 호의적이지 않은 일본 정부와 닛산이 자신에게 횡령 혐의를 뒤집어씌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레바논과 범죄인 인도협정을 맺지 않은 일본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를 통해 레바논 등 각국에 곤 체포를 요청했다. 프랑스 역시 그의 탈세 혐의를 잡고 프랑스 내 자산을 압류했다. 다만 그가 레바논 수뇌부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 현실적으로 레바논 밖으로 끌어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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