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 “정지 단추 안 눌렀으면 상황 악화”…‘항명’ 옹호

  • 뉴시스
  • 입력 2020년 11월 10일 0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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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군 수장으로서 상황 명확히 하고 싶었다"
"군이 어떤 식으로든 정치화하는 것 원하지 않았다"
"트럼프, 외상성 뇌진탕 심각성 알았다…내가 설명"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9일(현지시간) 자신의 경질 사유로 꼽히는 ‘조지 플로이드 사태 당시 현역 군(연방군) 투입 거부’ 성명에 대해 “누군가 당장 일어나 무엇인가를 말하고 정지 단추를 누르지 않았다면 (상황이) 소용돌이칠 수도 있다”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공개된 군사 전문 매체 밀리터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정치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일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정치에 무관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며 “때로는 성공했고 때로는 성공적이지 못할 때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내란법(Insurrection Act·폭동진압법)에 대한 계속된 논의가 우리를 ‘정말 안 좋은 방향(really dark direction)’으로 이끌어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며 “일종의 열병(fever)을 가라앉히기 위해 국방장관으로서, 현역 군을 이끄는 책임자로서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명확히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내 생각에 역사의 한 순간이라고 생각했다”며 “만약 누군가 당장 일어나서 무엇인가를 말하고 정지 단추를 누르지 않는다면 (상황이) 소용돌이칠 수도 있었다”고 했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6월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이드 시위 대응을 위한 연방군 투입을 거론하자 이틀 뒤인 3일 기자회견을 통해 그 근거인 내란법 발동에 반대한다고 공개 발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에스퍼 장관이 시위 진압을 위해 군을 투입하자는 의견에 공개 반박하자 격분했고, 당일 일부 고문들에게 해임에 대한 의견을 물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스퍼 장관 해임시 행정부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만류에 의지를 꺾었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7월 미군 시설에서 남부연합기, 성소수자(LGBT+) 등 국기 외 깃발의 게양을 모두 금지하는 지침을 내린 것도 군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인종차별 반대주의자들은 군내 남부연합 상징 제거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에스퍼 장관은 “나는 군이 어떤 식으로든 정치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나는 남부연합 깃발을, 백인 우월주의자 집단(proud boy) 깃발을 원하지 않는다. 좌파 단체 깃발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밖에 에스퍼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간 관계는 지난 1월 이란이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한 이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밀리터리타임스가 전했다.

에스퍼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공격 직후 미군 100여명이 입은 외상성 뇌진탕(TBI·traumatic brain injury)의 심각성을 개인적으로 설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TBI를 두통에 비유하며 심각성을 부인했다.

에스퍼 장관은 “나는 대통령과 말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모든 미군, 특히 이라크 작전에 관여했던 이들의 건강과 복지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었다”며 “그는 이 부상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 시점이 성명 이전인지, 이후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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