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싸다 의원직 날릴수도”… 거리두기 나선 공화당 중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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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날 상하원 선거 함께 치러… 바이든 우세 전망에 불안감 커져
크루즈 “공화당 피의 숙청 우려”… 맥샐리, 트럼프 관련 질문에 딴청
민주 후보 17%P 앞서던 그레이엄, 동률로 따라잡혀 낙선 가능성도
경합주 부재자투표 20% 늘어… 바이든에 유리한 결과 전망도

11월 3일 실시되는 미국 대선이 약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집권 공화당의 주요 인사들이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에 나섰다.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 일부는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에서 본인이 떨어질 위기에 몰리면서 ‘대통령 구하기’에 나설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공화당 중진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9일 CNBC에 “이번 선거가 공화당에 ‘피의 숙청’이 될 수 있다”며 선거 대패를 우려했다. 톰 틸리스 의원 역시 “대선에서 지더라도 상원 다수당 지위는 지켜야 한다. 그게 최악을 피하는 길”이라고 가세했다.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주도하는 상황에서는 백악관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애리조나주의 마사 맥샐리 상원의원은 최근 경쟁자인 마크 켈리 민주당 후보와의 TV토론에서 진행자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반복하는데도 천장을 응시하며 동문서답만 이어가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자칫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다가는 본인의 의원직도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나온 반응으로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 호위무사’를 자처해온 그레이엄 의원의 경우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2003년부터 상원의원을 지내고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 제이미 해리슨 후보에게 패할 위기에 몰렸다. 올해 초만 해도 그는 해리슨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17%포인트까지 벌렸지만 최근 동률로 따라잡혔다. 해리슨 후보는 3분기 5700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모금했는데, 이는 미국 정치사상 상원의원 후보가 모금한 분기별 자금 규모 중 가장 크다. 알래스카, 캔자스, 콜로라도 등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도 현역 의원들이 민주당 후보에게 고전하는 양상이 뚜렷하다.

공화당의 반(反)트럼프 기류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점점 밀리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오하이오주 볼드윈월리스대가 지난달 30일∼이달 8일 전국 유권자 41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네바다 등 4개 경합 주에서 바이든 후보에게 뒤졌다. 2016년 대선 당시 이 4개 주에서 모두 승리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다 패하면 백악관 주인이 바뀔 가능성이 커진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편 투표 등 부재자 투표 상황을 공개하는 미 30개 주가 10일까지의 현황을 공개한 바에 따르면 880만여 명이 부재자 투표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위스콘신, 미네소타 등 5개 경합 주에서는 4년 전 대선의 최종 부재자 투표보다 20% 많은 사람이 부재자 투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색인종, 사회적 약자 등 부재자 투표에 주로 참가하는 집단이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한 요소로 꼽힌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이세형 기자
#2020 미국 대선#트럼프#공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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