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부통령 토론회서 해리스 발언 방해
해리스 응수에 아두바 등 스타들 응원 트윗
"모든 소녀들에게 이런 말 가르쳐야 한다"
“부통령님. 내가 지금 말하고 있습니다.(Mr. Vice President, I‘m speaking.)”
7일(현지시간) 각종 언론이 생중계한 미국 대선 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카멀라 해리스(56) 민주당 후보가 마이크 펜스(61) 부통령에게 몇 번이나 한 말이 화제다.
언뜻 평범한 표현이지만, 권위 있는 남성이 여성의 의견 개진을 막을 때 여성이 어떻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지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 언론 더힐, 복스 등은 여성들이 해리스 후보의 발언에 환호했다고 보도했다. CNN도 이 말이 나온 상황을 담은 2분30초 분량의 영상을 따로 편집해 홈페이지에 올렸다. CBS뉴스는 해리스 후보가 해당 발언을 처음으로 한 순간이 이번 토론회에서 적어둘 만한 말이 최초로 등장한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해리스 후보의 발언을 지지하는 트윗 여러개에 추천(좋아요) 수만개가 쏟아졌다. 언론사들은 두 후보가 서로의 말을 자른 횟수를 비교했는데, 계산 방식에 따라 구체적인 수치는 달랐지만 펜스 부통령이 해리스 후보의 발언을 방해한 횟수가 더 많았다.
CBS뉴스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심각성을 알고도 은폐했다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펜스 부통령에게 이 말을 했다. 해리스 후보의 발언 도중 펜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이 침착함을 유지하기를 원해서 그런 것이라고 끼어들어서다.
또 펜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당선 시 증세 정책이 시행된다고 공격하자 해리스 후보가 이를 반박하는 과정에서도 나왔다.
해리스 후보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토론회에 거짓이 난무했다면서 “이번 토론회는 진실과 사실에 기반한 토론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과 사실은, 조 바이든은 연간 소득이 40만달러(약 4억6000만원)가 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증세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펜스 부통령이 말을 자르며 끼어들자 해리스 후보는 “부통령님. 내가 지금 말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펜스 부통령은 헛웃음을 지으며 잠시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고 해리스 후보는 다시 한번 “내가 지금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은 개의치 않고 계속 하던 말을 이어갔다.
더힐은 많은 여성이 이 같은 장면에 응원을 보냈다면서 화제가 된 트윗 일부를 소개했다.
배우 우조 아두바는 “내가 말하고 있다. 내가 말하고 있다. 모든 소녀가 이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트윗했다. 이 트윗은 9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아두바는 유명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에서 ’미친 눈(크레이지 아이)‘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다.
시나리오 작가 엘리자베스 해켓은 “만약 당신이 일하는 곳에서 유일한 여자라면 ’내가 말하고 있다‘는 당신이 꼭 배워야 하는 말”이라며 “이 말을 어린 소녀들에게 기본으로 가르쳐야 한다. 1980년대에는 이걸 가르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트윗했다. 이 트윗에도 수천개의 좋아요가 쏟아졌다.
언론 거물 로저 에일스 폭스뉴스 전 회장의 성희롱을 폭로했던 유명 앵커 메긴 켈리도 이 발언을 지지하는 트윗을 올렸다.
NBC뉴스 분석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와 펜스 부통령이 서로를 공격한 횟수는 84회, 93회로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펜스 부통령이 해리스 후보의 발언을 가로막은 횟수는 16회로 해리스 후보(9회)의 약 2배였다.
CBS뉴스도 펜스 부통령이 해리스 후보를 10번 방해했다고 전했다. 해리스 후보가 펜스 부통령 말을 끊은 횟수(5번)보다 2배 더 많다.
복스는 이 수치를 인용하면서 이는 남성들이 회의를 포함한 여러 자리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여성의 발언을 방해하는지를 보여준 기존 연구들과 일맥상통한다고 전했다.
2014년 조지워싱턴대 연구에 따르면 남성은 여성과 대화할 경우, 같은 남자와 대화할 때보다 33% 더 자주 상대의 말을 막았다.
복스는 해리스 후보의 말이 모든 사람을 자기편으로 만든 건 아니지만, 소셜미디어(SNS)상에서 비슷한 경험이 있는 많은 여성 사이에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해리스 후보와 펜스 부통령은 여러 측면에서 정반대 성향의 인물이란 점에서 주목받아왔다. 자메이카와 인도 이민자 부모를 둔 해리스 후보는 ’흑인 여성‘을 정체성으로 내세우는 반면, 펜스 부통령은 백인 중년 남성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