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물리학상 ‘블랙홀 규명’ 펜로즈·겐첼·게즈 3인 공동수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6일 21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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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노벨 물리학상은 우주에서 가장 극적이고 낭만적인 현상으로 꼽히는 ‘블랙홀’이 우주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음을 이론으로 예측한 물리학자와, 우리은하 중심부에 위치한 거대한 블랙홀의 존재를 실제 관측을 통해 입증한 천체물리학자 2명에게 돌아갔다. 영화 ‘인터스텔라’로 친숙한 블랙홀이 수학적 개념이 아니라 우주에 실존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밝힌 주인공들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로저 펜로즈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와 라인하르트 겐첼 독일 막스플랑크외계물리연구소장, 앤드레아 게즈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6일 오전(현지시간) 밝혔다.

블랙홀은 우주에서 가장 극적인 현상 중 하나로 꼽힌다. 블랙홀은 물질이 극단적으로 수축해 쪼그라든 나머지 자신의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극한의 중력을 갖는 천체다. 하지만 20세기 중반까지만해도 이 같은 블랙홀이 실제로 우주에 존재한다는 증거나 이론은 없었다.

강궁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은 “펜로즈 교수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수학적으로 풀어낸 물리학자로서 우주에 극단적으로 중력이 강한 점인 ‘특이점’이 생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면서 “하지만 아인슈타인조차 이 같은 점은 매우 특수한 조건에서만 존재할 뿐 실제 우주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책임연구원은 “펜로즈 교수는 물질이 자신의 중력으로 수축해 쪼그라들면 특수한 조건이 아니더라도 어느 순간 특이점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우주 속 블랙홀의 존재를 증명했다”고 말했다.

펜로즈 교수는 스티븐 호킹(2018년 사망)과 함께 ‘펜로즈-호킹 블랙홀 특이점 정리’를 발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스티븐 호킹은 펜로즈의 이론에 관심을 갖고 똑같은 특이점 이론을 시간에 적용해 우주 탄생 순간의 신비를 풀었다. 강 책임연구원은 “호킹은 시간을 거꾸로 돌려 물질을 수축시켜도 특이점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 우주가 대폭발(빅뱅)을 통해 탄생한다는 이론에 힘을 실었다”고 말했다.

겐첼 소장과 게즈 교수는 우리은하 중심부에 위치한 거대한 블랙홀의 존재를 관측으로 증명했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우리은하 중심부를 중심으로 빠르게 도는 별들을 수십 년 동안 관측해 궤도 운동을 분석한 결과 우리은하 중심부에 태양의 400만 배 질량의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형목 한국천문연구원장은 “이들의 발견은 지난해 4월 인류 최초로 ‘블랙홀의 그림자’를 관측한 연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노벨위원회는 올해 수상자들의 새로운 발견은 블랙홀과 같은 밀도와 질량이 매우 큰 천체의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게즈 교수는 역대 네 번째 여성 노벨 물리학상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 3종의 과학 분야 노벨상 중 여성 수상자가 가장 적다. 1901년부터 수상을 시작한 노벨 물리학상은 지난해까지 총 213명의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여성 수상자는 3명으로 전체의 1% 밖에 되지 않는다. 마리 퀴리(1867~934)가 1903년 첫 수상을 했고, 1963년에 마리아 괴퍼드 메이어(1906~1972)가 받았다. 나머지 한 명은 2018년 수상한 캐나다 워털루대의 도나 스트릭랜드(1959~) 교수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3명은 1000만 스웨덴크로네(약11억원)의 상금을 나눠 갖는다. 펜로즈 교수가 절반인 500만 스웨덴 크로네를, 나머지 두 수상자가 나머지 500만 스웨덴 크로네를 반씩 나눠 갖는다.

노벨상 시상식은 그동안 매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대체된다. 전날 생리의학상으로 시작된 올해 노벨상 발표는 이날 물리학상에 이어 7일 화학상, 8일 문학상, 9일 평화상, 12일 경제학상 등의 순으로 이어진다.

한편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은 외계행성 발견의 공로를 인정받은 미국 프린스턴대의 제임스 피블스 교수와 스위스 제네바대의 미셸 마요르, 디디에 켈로 교수가 공동수상했다. 이들은 우주 진화의 비밀과 우주 내 지구의 위상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2011년 이후 10년 사이에 우주와 관련된 물리학 분야가 무려 6번 노벨상을 받아, 최근 우주물리 분야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윤신영동아사이언스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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