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 등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고위 관리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총서기’(general secretary of the Chinese Communist Party)로 호칭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가주석은 사회주의 일당제 국가의 지도자를 뜻한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과 가까운 의미를 가진 호칭인 반면, 총서기는 당의 사무 총장을 일컫는다.
25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중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포함한 미국 고위 관리들이 시 주석을 국가주석이 아닌 ‘총서기’로 호칭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시 주석을 중국 대통령이 아닌 중국 공산당의 지도자로서 취급한다는 분석이다.
국립아시아연구국 연구부 부부장이자 미국의 대중 정책 전문가인 앨리슨 샬위스키는 “미 행정부가 시 주석을 총서기로 호칭하는 건 매우 의도적인 행위”라며 “그들은 자유 정부를 대표하는 지도자와 독재적이고 권위적인 정부의 지도자를 구별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중앙군사위 총서기 등 3개의 공식 직함을 갖고 있다. 비록 이들 직함 중 어느 것도 ‘대통령’으로 번역되진 않지만, 서방 국가들은 대체로 대통령(president)이란 호칭을 선호해왔다.
실제 폼페이오 장관은 과거 2018년과 2019년 공식 석상에서 시 주석을 ‘대통령’으로 호칭했다. 그러나 지난 몇 주 동안 미국과 중국이 위구르 인권법안,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화웨이 제재 등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은 시 주석의 호칭을 총서기로 변경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먼저 시 주석을 총서기로 부르기 시작한 후, 크리스토퍼 브레이 FBI 국장과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그 뒤를 따랐다.
이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에서 “중국은 중국 공산당이 이끄는 권위주의 국가이고, 시진핑은 당의 총서기”라고 밝혔다. 그는 시 주석의 호칭을 바꾼 것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피했다.
로빈 클리블랜드 미·중 경제안보심의위원회(USCC) 위원장은 “단순한 진실은 시 총서기는 시민사회와 국민의 정치적 지지를 받고 있는 지도자를 뜻하는 대통령의 의미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라며 “그는 독재정권의 지도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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