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문 안여는 학교 자금지원 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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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확진 하루 6만명 넘어도… 학생 등교-학부모 일터 복귀 압박
뉴욕시, 주 1~3회 등교방침 세워… 野 “대선보다 안전이 중요” 비난

미국에서 ‘오프라인 개학’ 여부가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가을에 문을 열지 않는 학교에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개학을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일선 학교와 의료계, 야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신규 확진자가 하루 6만 명을 넘기는 상황에서 개학의 위험성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8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이제 때가 왔다.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가게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로 “학교가 문을 열지 않으면 자금 지원을 끊어버리겠다”고 오프라인 개학을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이어 등교 개학을 위한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기존 지침이 너무 까다롭다며 수정을 요구했고, CDC는 다음 주에 완화된 지침을 내놓기로 했다. CDC는 교실 내 책상 간격을 1.8m 이상으로 유지하고 매일 발열체크를 하는 등의 권고사항을 제시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일 학교의 정상 개학을 요구하는 것은 학생들의 등교가 학부모의 일터 복귀로 이어지며 경제 회복도 빨라진다는 계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독일과 덴마크, 노르웨이 등도 개학을 했는데 문제가 없었다. 민주당은 학교가 문을 열면 11월 대선 때 자신들에게 손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는 학생과 가정에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안정세로 접어든 유럽과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는 미국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은 월드오미터 집계 기준 8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6만1848명 발생하면서 처음으로 6만 명 선을 넘으며 하루 최다 확진 발생 기록을 경신했다. 어린 학생들은 코로나19 치명률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이들이 가족이나 지역 사회에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 학생들과 접촉해야 하는 공립학교 교사의 30% 안팎이 50대 이상 고령이어서 오프라인 개학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런 까닭에 공립학교 학생 수가 110만 명으로 미국의 최대 학군인 뉴욕시는 일주일에 1∼3회 등교하는 ‘하이브리드 개학’을 추진하겠다고 8일 밝혔다. 학생 전원이 한꺼번에 등교할 경우 교내 사회적 거리 두기가 불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뉴욕시는 한 교실에 학생 수를 12명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편으로는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면서 반(反)이민 정서를 키우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CNN은 미 정부가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하는 국가 출신의 망명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은 가을 학기에 100% 온라인 수업을 받게 되는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도 취소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반발해 유학생 비자의 취소를 막아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트럼프#신규 확진 하루 6만명#오프라인 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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