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유럽 최대 사망국...대규모 행사 없이 전승기념일 치러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2차 세계 대전 승전 75주년을 맞은 국민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날 TV로 방영된 전승기념일 메시지에서 “절대 포기하지 말라, 절망하지 말라는 것이 바로 전승기념일의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 이래 여왕의 대국민 TV 연설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전쟁(2차 대전)은 전면전이었다. 모두가 영향을 받았다. 누구도 그 여파를 면하지 못했다”며 “처음에는 앞길이 암울하고 끝은 멀어 보였다. 결과는 불확실했다. 하지만 우리는 옳은 대의명분이라는 믿음을 지켰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기릴 최고의 방법은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희생한 이들에 대한 최고의 헌사는 한때 적이던 나라들이 이제 친구로서 모두의 평화, 건강, 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오늘 우리가 이 특별한 기념일을 원하는 대로 기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 대신 우리는 집에서 문 앞에서 이를 기억하고 있다”며 “하지만 거리는 비어 있지 않다. 서로에 대한 사랑과 보살핌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우리나라를 보면, 서로를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우리가 기꺼이 하려고 하는 일을 보면, 이 나라가 여전히 용감한 군인, 선원, 비행사들이 인정하고 존경할 만한 곳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겠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전승기념일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연합군이 2차 대전에서 독일 나치로부터 항복을 받아낸 1945년 5월 8일을 기리는 날이다. 올해는 승전 75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기념 행사들은 취소됐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앞서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맞서기 위한 새로운 투쟁을 하고 있다”며 “이는 75년 전 보여준 국가적 노력과 똑같은 정신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영국은 코로나19 사망자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유럽에서는 가장 많은 나라다. 8일 기준 영국의 누적 사망자는 3만1241명, 확진자는 총 21만1364명이다.
영국 정부는 확산세가 정점을 지났다고 보고 다음주부터 방역을 위해 취한 봉쇄령을 풀기 시작하기로 했다. 조지 유스티스 환경장관은 다만 8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하루밤 사이에 대대적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정부는 제한 조치 완화에 매우 신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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