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앞에서 트럼프 밀어낼 수 없어”…‘팩트체커’ 파우치 소장은 어디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4일 15시 29분


인터넷 상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짤(meme) 모음. 감염병 최고 권위자인 파우치 소장은 백악관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과장되거나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발언을 할 때 난감한 반응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짤(meme) 모음. 감염병 최고 권위자인 파우치 소장은 백악관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과장되거나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발언을 할 때 난감한 반응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백악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적절한 발언을 할 때마다 실시간 ‘팩트체커’ 역할을 해왔던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이틀 연속 모습을 감췄다. 가디언은 23일(현지시간) “브리핑이 생중계되는 동안 트위터에는 ‘파우치는 어디에’라는 질문이 쇄도했다”며 “솔직함을 바탕으로 한 파우치의 혜안에 미국인들이 얼마나 의존해왔는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파우치 소장은 전날(22일) 공개된 사이언스지와의 인터뷰에서 백악관과 이견이 있음을 숨기지 않아 화제를 모았다. ‘중국 입국금지 조치가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을 막았고 중국이 코로나19 정보를 3~4개월 전에 공개했어야 했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팩트에 반한다’는 질문에 파우치 소장은 “내가 어쩌겠느냐”며 “해당 발언 이후 관료들에게 맞지 않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분들이 ‘대통령 이거 조심하시고 저건 말하지 마세요’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마이크 앞으로 튀어나가 대통령을 밀어낼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제껏 파우치 소장의 공개발언 중 가장 수위가 센 발언이었다.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를 ‘중국바이러스’라고 칭한 것에 대해서도 자신은 절대 그렇게 그런 표현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 정례브리핑 기간 ‘최고 설명관(explainer in chief)’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말라리아 치료제가 코로나19 치료에 획기적인 역할(game changer)을 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기자가 치료제가 효과가 있느냐고 묻자 파우치 소장은 대통령 바로 옆에서 “대답은 노(No)다. 현재 거론되는 증거는 입증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즉각 반박한 게 대표적이다.

그간 코로나19 정례 브리핑 도중 트럼프 대통령이 과장된 발언이나 실언을 할 때 난감한 표정을 짓는 모습은 인터넷에 짤(meme) 형태로 퍼져 인기를 얻고 있다. 파우치 소장은 TV 생중계 도중 대통령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듯한 제스처가 포착된 것으로 비판받은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틀 연속 자리를 비운 파우치 소장에 대해 “오늘 주제가 그의 전문분야가 아니라 그렇다.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나는 파우치 소장을 존중하고 그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말을 들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화제가 된 파우치 소장의 인터뷰를 의식한 듯한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 서두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기자회견 참석인원을 줄였다는 점과 미국 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커뮤니티를 존중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모두 파우치 소장이 공개적으로 이견을 드러냈던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브리핑에서 애용했던 ‘중국에서 온 바이러스’라는 표현도 ‘어디에선가(Wherever)온 바이러스’로 고쳤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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