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킷 판다 “김정은, 코로나 확산에도 국방 최우선…美대선 전 도발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7일 14시 05분


코멘트

앤킷 판다 美 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 인터뷰
“北, 11월 美대선 전 ICBM 발사할 수도”

앤킷 판다 美 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
앤킷 판다 美 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에겐 국방이 최우선이다. 한미 양국이 코로나19 여파로 연합훈련을 연기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미국의 외교안보·북한 전문가 앤킷 판다 미 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은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이 연이어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 도발에 대해 “김정은이 지난해 언급한 ‘새로운 전략무기’라기 보다는 일상적인 군사훈련으로 보인다”면서도 “북한이 11월 미국 대선 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의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북한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본격 운용하게 된다면 한일 양국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게 된다”며 “한미일 3국은 고조되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 계획)’을 준비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신형 SLBM ‘북극성-3형’을 발사한 뒤로 장거리 고체연료 로켓 개발에 집중해왔다.

미 외교안보 전문지 디플로매트의 선임에디터로 있는 그는 프린스턴대 우드로윌슨스쿨을 졸업했다. 미국 내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로 뉴욕타임스(NYT), 포린어페어스(FA), 포린폴리시(FP) 등 다수의 매체에 북한 관련 기고를 해왔다. 인터뷰는 지난달 12일, 20일, 3월 2일 세 차례에 걸쳐 이메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전 김정은 북한 위원장과의 3차 정상회담 추진에 선을 그었다. 또 스티븐 비건, 마크 램버트, 알렉스 웡 등 양국 협상에 관여한 미국의 핵심 당국자들이 자리를 뜨면서 대북 정책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발언과 북한 관련 인사들의 이동은 북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완전한 무관심’을 드러낸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의 비핵화에 어떤 결과도 가져오지 못했다. 이제 워싱턴의 관심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자체에 있지 않다. 트럼프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장거리 미사일 발사만 하지 않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은 없나.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태평양으로 발사하는 등의 전례 없는 도발을 감행한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북한은 2016년 지난 대선 당시에도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의 TV토론이 이뤄지던 시점에 ICBM을 발사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북한이 이른 시일 내에 이와 같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최근 방사포를 발사하긴 했지만, 김정은도 코로나19에 크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대북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북한은 현재의 강경한 기조를 유지하면서 핵개발을 계속할 것으로 본다. 한편 북한은 야당 민주당 대선 유력후보들이 기존의 ‘전무 아니면 전부(all or nothing) 전략 대신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 대선 결과에 관계없이 북한은 핵개발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미 국방부가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사드 발사대-포대 분리 운용이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은 없나.

“북한은 한미 양국이 취하는 어떤 종류의 방어적 조치에도 반발하고 나설 것이다. 내가 특히 우려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탈퇴가 북한에 미치는 영향이다. 지난해 INF에서 탈퇴한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재래식 중거리 미사일을 괌 같은 곳에 배치한다면 북한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


-북한의 핵개발은 어느 수준까지 진전돼 있나.

“북한 핵무기의 질적 수준은 이미 세계 극소수 국가들만이 보유한 능력에 비견할 수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핵개발을 추진해왔고, 지금은 장거리 고체연료 로켓 개발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북한이 SLBM을 실전 배치하더라도 북한 잠수함의 활동 반경은 한반도 연안에 국한될 것이다. 디젤 잠수함의 한계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 동맹국들의 대잠수함 작전에는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처하기 위해선 결국 동맹의결속이 필요하다. 연합훈련은 계속돼야 하고, 특히 한미 양국의 대잠수함 훈련이 강화돼야 한다. 또 한미일 3각 공조를 위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를 유지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한국의 안보를 위한 이 협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