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확진자와 접촉한 의원 최소 2명 만나…美정치권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0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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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검사 받으셨습니까?”

9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리를 떠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등 뒤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미국 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까지 위험 범위에 들어왔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말 대규모 보수단체 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의원 중 최소 2명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정치권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내 확진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의원 6명이 동시에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의회를 잠정 폐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 트럼프 비서실장도 자가 격리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CPAC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진을 찍은 사실이 확인된 공화당의 더글러스 콜린스 하원의원이 자가 격리에 들어가기 전 그와 악수를 했다. 같은 이유로 자가 격리에 들어간 맷 개츠 하원의원은 앞서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에어포스원에 동승했다. 대통령비서실장에 지명된 마크 메도스 하원의원도 CPAC에서 확진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을 우려해 자가 격리를 결정했다. 이들 모두 증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우려가 확산되자 스테퍼니 그리셤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그리셤 대변인은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자와 가까운 곳에서 장시간 접촉하지 않았고 별다른 증상도 없다”며 “건강 상태가 매우 좋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가 73세의 고령인 데다 대선을 앞두고 대규모 유세 일정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경호라인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상징성이 큰 데다 “코로나19가 독감보다 약하다”며 위험성을 과소 평가해온 그가 감염되면 엄청난 파장이 일 수 밖에 없다.

● ‘의회 잠정 폐쇄’ 주장까지

의회에서는 의원들의 활동을 중단하고 의회를 잠정 폐쇄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폴 고사 상원의원 등 CPAC와 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의원들은 잇따라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의원 중에 70대 이상 고령자가 적지 않고, 의원들이 지역 유권자들과 수시로 접촉한 뒤 의회로 집결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가 “현재 시점에서 의회 활동의 잠정 중단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일부 보좌관들은 잠정 폐쇄에 대비한 비상 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 현재 36개주 717명, 사망자는 26명으로 늘어났다.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150명 늘어나는 등 확산 일로다.

미국에선 서부의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주, 동부의 뉴욕주를 중심으로 학교 수업을 중단하는 대학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CNN이 전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UC버클리), 스탠퍼드 대학, 프린스턴 등 미국 명문대학들도 수업을 중단하고 원격 수업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확진자 21명이 확인된 크루즈선 ‘그랜드 프린세스’호도 미국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이 크루즈선 승객 2400명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항에 정박하고 승객을 내리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10일까지 승객들의 하선을 완료한 뒤 4개 군사 기지에 분산 수용해 코로나19 진단과 치료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뉴욕타임즈(NYT)는 “불과 2주 만에 모든 통상적 확실성이 사라졌고 경제가 우려된다”며 “우리는 바이러스와 싸워야 하고 가장 좋은 방법은 집에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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