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회부의장 코로나 사망… 英 지역내 감염 발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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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룩셈부르크 첫 확진… 佛, 볼키스 자제-대중 행사 금지
WHO, 위험수준 ‘매우 높음’ 상향

이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최고위급 인사들의 감염과 사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란 파스통신 등은 지난달 28일 모하마드 알리 라마자니 다스타크 국회 부의장(57)이 코로나19로 숨졌다고 전했다. 하루 전에는 바티칸 주이란 대사를 지낸 저명한 성직자 하디 호스로샤히(81)의 사망 사실이 공개됐다. 그는 이란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은 중부 시아파 성지 ‘쿰’에 거주했다. 이 외에도 최고위 여성 관료인 마수메 에브테카르 부통령(60), 모하바 졸노르 의원(57), 마무드 사데기 의원(58) 등 고위직 감염이 속출하고 있다.

이란에서는 지난달 19일 쿰에서 감염자 2명이 처음 확인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일 기준 확진자가 978명(사망자 54명 포함)으로 대폭 늘었다. 사망률은 5.5%로 코로나 발원지 중국(3.6%)보다 훨씬 높다.

당국은 당초 “첫 확진자들이 쿰에만 있었다”고 했지만 이후 “한 명이 최근 중국에 다녀왔다”며 말을 바꿨다. 역학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정부가 정보를 정확하고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실제 감염자와 사망자가 훨씬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다.

빈번한 종교 행사 역시 환자 급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란인은 대부분 하루 다섯 번 기도를 올린다. 모스크, 공공 기도실 등에서 타인과 함께 기도를 하므로 접촉이 불가피하다. 종교 행사가 많은 쿰에서 대다수 환자가 발생한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서방의 오랜 제재로 의료시설 및 의약품 또한 크게 부족하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니 사망자가 많아진다는 분석이 있다”고 진단했다.

같은 날 유럽 아이슬란드, 룩셈부르크, 영국 웨일스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다. 3명 모두 40대 남성이며 이탈리아를 방문한 후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외에 영국 남동부 서리에서는 중국과 이탈리아 방문 이력이 없는 환자가 발생해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공공장소에서의 가벼운 볼키스를 자제하고 500명 이상이 모이는 대중 행사를 일시 금지하기로 했다. 서로의 뺨을 마주하는 이 인사법이 감염 확산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탈리아 등 비슷한 인사법이 흔한 유럽 각국에서 유사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8일 코로나19에 대한 위험 수준을 기존 ‘높음’에서 ‘매우 높음’으로 상향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이란#코로나19#국회부의장#유럽#확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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