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사는 40대 주부 A씨는 18일 오전 마스크를 사기 위해 동네 약국 4곳을 돌았다. 하지만 판매대는 모두 텅 비어 있었다. 마지막에 들린 대형마트 ‘라이프’ 점원은 “오전 10시 마스크가 입고되자마자 다 팔린다. 한 사람당 60개들이 1통으로 구매량을 제한하고 있지만 5분도 지나지 않아 동이 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비교적 둔감하던 A씨는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 통지문을 받은 뒤로 마스크 구매에 나섰다. 18, 19일 학부모 참관수업이 예정돼 있었는데, 17일에 갑자기 취소한다는 통지문이 왔다. A씨는 “태풍으로 휴교 공지문을 받은 경우는 많지만 전염병으로 긴급 공지가 온 것은 처음”이라며 “아이들이 감염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도쿄 전역이 불안에 휩싸였다. 특히 도쿄에서는 택시기사 6명이 집단 감염되면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이들은 지난달 18일 도쿄 하천을 유람하며 술과 음식을 즐기는 소형 유람선(屋形船·야카타부네)에서 집단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증상 감염자로 15일까지 운전을 한 택시기사가 코로나19 양성반응을 통보받고 놀라는 모습이 일본 민영방송에 방송되기도 했다.
택시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18일 오후 도쿄 하네다국제공항에서 만난 택시기사 B씨는 “승객이 반 이상 줄어 생계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고 푸념했다. 중국 관광객이 크게 줄은 데다 택시기사 감염 소식으로 일본인들도 택시 타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택시기사 C씨는 회사에서 장갑, 마스크, 소독약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마스크 착용은 물론이고 승객이 내린 후 소독약으로 자리 주변을 닦고 있다. 하지만 완벽하게 대응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유람선은 벚꽃이 피는 3월과 불꽃놀이가 열리는 여름이 대목이다. 하지만 17일 도쿄 아사쿠사바시에서 만난 한 유람선 경영자는 “도쿄도가 어느 유람선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났는지 밝혀야 한다. 안 그러면 모든 유람선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은 계속되고 있다. 18일 와카야마현에서 확진자 3명이 추가로 나와 일본 내 총 감염자는 523명으로 늘었다. 일본인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만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은 못미덥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15, 16일 조사해 18일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크루즈선 방역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해 ‘적절하지 않았다’는 답변은 45%, ‘적절했다’는 응답은 39%였다. 응답자의 85%는 코로나19가 일본에서 확산할 것이라는 불안을 느꼈다고 답했다.
19일부터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탑승자들이 하선하는 것도 불안을 가중시킨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크루즈선에서 대기 상태인 승객 약 50여 명은 “정부의 격리대책은 선내 감염확대를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승객의 감염을 초래하는 등 중대한 결함을 갖고 있다”며 책임 규명과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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