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용 드레스’가 학대? 호주서 뜻밖의 논쟁…엄마들 반발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10월 24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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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한 대형할인마트가 핼러윈 파티용 ‘아동 웨딩드레스’를 판매했다가 뜻밖의 논쟁을 촉발했다고 24일 허프포스트가 전했다.

글로벌 종합소매업체 K마트 호주지사는 핼러윈데이(10월 31일)를 앞두고 면사포가 포함된 아동용 웨딩드레스를 진열장에 배치했다. 6달러(약 7000원)짜리 4~5세용 파티 의상이었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 쇼핑하던 한 어머니가 이 의상을 보고 “부적절하고 모욕적인 의상”이라며 “즉시 진열대에서 내려달라”고 항의했다.

셰언 B라는 닉네임을 쓰는 이 어머니는 청원사이트(Change.org)에 “매년 1200만 명의 아이들이 가족에 의해 동의 없이 팔리거나 결혼한다”며 “아동 결혼은 소아 성애, 아동 성폭행, 아동 노예, 아동 성매매를 포함해 최악의 아동학대·고문을 의미한다”고 쓰며 동의를 구했다.

이 청원에 대한 동의 자수는 507여 명으로 마감돼, 그다지 많은 사람의 동의를 얻진 못했지만 ‘호주 7 뉴스’에 소개될 정도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어머니는 ‘7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K마트는 즉시 이 상품을 퇴출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되자 K마트 호주지사 대변인은 22일 “그런(범죄 조장) 의도는 없었지만 사과한다”며 “제품을 진열대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번엔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같은 청원사이트에는 “아이들을 아이들답게 내버려 두라. K마트는 상품을 진열대에 되돌려 놓으라”고 항의하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그녀(셰언 B)는 아이들을 위한 역할극 복장마저 빼앗아 갔다. 많은 부모가 그녀의 말에 동의하지 않고, 아이 드레스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도와주며, 많은 아이는 핼러윈에 신부 옷을 입길 원한다. 아이들의 꿈을 빼앗지 마라”는 내용으로 셰언 B를 비판했다.

이 청원에는 3450여 명(24일 기준)이 동의했다. 동의자들은 “정말 아동강제 결혼 문제에 도움을 주고 싶다면 관련 단체에 기부를 하라”고 충고했다.

이에 대해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 호주지부 대표는 허프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의상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 논란이 중요한 담론을 촉발했다”며 “엄마로서 나는 여자아이들이 신부나 공주뿐 아니라 의사나 변호사 분장을 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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