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시한 연기…메이 총리의 리더십에 또 다시 상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5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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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관련해 갈 길을 잡지 못하고 있는 영국이 결국 29일로 예정되어 있던 브렉시트 발동 시한 연기를 결정했다.

영국 하원은 14일 유럽(EU) 탈퇴시점 연기와 관련한 정부 결의안 및 의원 수정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찬성 412표, 반대 202표로 210표차로 연기를 결정했다.

브렉시트 강경파인 여당 보수당 내 188명이 반대했지만 노동당, 스코틀랜드독립당을 비롯한 야당들과 메이 정부 측 보수당 의원 112명이 찬성해 통과됐다. 그러나 스테판 바클레이 브렉시트 장관을 비롯해 장관 8명이 정부 의견에 반대하고 브렉시트 연기 반대에 투표해 테리사 메이 총리의 리더십에 또 다시 상처가 났다.

이제 브렉시트가 6월 말까지 3개월 늦어지느냐, 아니면 1년 이상 늦어지느냐 영국의 선택이 남았다.

메이 총리는 이 날 통과된 결의안에 ‘20일 이전에 브렉시트 합의안을 다시 표결에 부쳐 통과가 되면 브렉시트 기한을 6월 말까지만 미루고, 부결되면 장기적으로 연기를 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장기적으로 연기하게 될 경우 5월 말 유럽의회 선거에도 참여하게 된다. 이미 두 차례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 투표에 실패한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강경파들을 상대로 내 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브렉시트가 2020년 이후로 미뤄져 무산될 수 있다는 최후통첩을 한 상황.

영국이 20일 이전에 결론을 내리면 메이 총리는 21일 EU 정상회의에 참석해 영국 하원 결정을 EU 27개국 정상들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EU 정상들이 만장일치로 영국의 결정에 동의를 해야만 영국 하원의 결정은 최종 확정된다.

다음 주 메이 총리의 3번째 합의안 통과 시도가 무산돼 장기간 연기를 결정한다면 EU 정상들은 “영국은 장기적으로 연기해서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를 물을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를 비롯해 일부 국가들은 “EU의 더 이상 양보가 불가능한 가운데 시간만 끄는 브렉시트 연기는 혼란만 커질 뿐”이라며 무작정 연기에 부정적인 뜻도 보이고 있다. EU가 연기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29일 합의 없이 브렉시트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14일 도날드 투스크 EU 상임의회 의장은 “영국이 브렉시트 전략을 재고하고 이에 대한 내부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EU 27개국에 브렉시트를 장기간 연기하는 방안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투스크 의장이 꾸준히 “지금이라도 브렉시트 결정을 재고하라”고 영국에 요청해온 것에 비춰보면 장기간 연기하다보면 브렉시트가 번복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날 영국 하원에서는 브렉시트를 연기한 뒤 제2 국민투표를 개최하자는 내용의 수정안은 찬성 85표, 반대 334표로 249표차 부결됐다. 노동당 지도부는 “지금은 국민투표를 추진할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고 기권을 지시했지만 당론에 반대한 소속 의원 24명이 국민투표에 찬성하고 그 과정에서 예비 내각들이 사퇴하는 홍역을 겪기도 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 아일랜드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불공정하기 때문에 2차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상이 잘못되고 있다는 점에 놀랐으며 메이 총리가 협상 방법에 대한 자신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파리=동정민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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