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러시아와 중거리핵협정 180일 뒤 파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일 00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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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 관련 기자회견 여는 폼페이오 장관. 뉴시스
INF 관련 기자회견 여는 폼페이오 장관. 뉴시스
미국 정부가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이행을 중단하고 180일 뒤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클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일(현지 시간) 국무부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협정 준수로 복귀하지 않으면 조약은 종결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1987년 미국과 구 소련이 맺은 INF조약은 냉전시대 소련과의 군비 경쟁에 마침표는 찍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핵무기 감축 조약이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4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 러시아가 조약을 준수하지 않으면 60일 안에 이행을 정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일 불이행을 선언했기 때문에 180일 뒤부터 기술적으로 탈퇴 효력을 갖게 된다. 이 기간 러시아가 유럽 등에서 핵무기 배치를 중단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 그대로 탈퇴 절차를 밟는다.

양국은 미국이 통보한 시한인 1일 직전까지 INF조약 존속을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막판 협상도 결렬됐다. 협상에 참여한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은 “안타깝게도 톰슨 미국 국무부 국제안보담당 차관과의 만남은 진전이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연합(EU)는 2014년부터 러시아가 이 조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 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부터 “우리는 러시아가 핵 협의를 위반하고 우리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무기를 만들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INF조약을 파기하겠다고 선언해 왔다. 당시 “우리는 러시아와 중국이 새로운 협정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해당 무기들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그의 발언에 “핵·미사일 전력을 강화 중인 중국도 포함된 새 협정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INF조약이 공식 파기되면 핵 군비경쟁에 다시 불이 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당장 중국을 겨냥한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괌이나 일본 오키나와 기지를 이용해 중국 혹은 북한을 겨냥해 중거리 핵전력을 배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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