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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글로벌 포커스]3시간 걸리던 홍콩∼주하이 40분에 OK… 中 ‘다완취 통합’ 본궤도

입력 2018-11-03 03:00업데이트 2021-05-0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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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홍콩∼마카오 잇는 강주아오대교 가보니

“와, 여기가 말로만 듣던 해저터널이네요!”

지난달 31일 오전, 홍콩(香港·샹강)과 마카오(澳門·아오먼)를 오가는 강주아오(港珠澳)대교 셔틀버스가 6225m의 해저터널에 진입하자 승객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2층 버스를 가득 채운 승객들은 세계 최장의 해저 침매(沈埋·완성된 터널을 바닷속에 묻는 공법)터널 곳곳을 두리번거리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촘촘한 조명이 환하게 터널 안을 비춰 최대 수심 40m까지 내려가는 해저터널을 통과하고 있다는 느낌은 크지 않았다. 버스는 5분 만에 터널을 빠져나와 다시 해상 교량을 달리기 시작했다. 장시(江西)성에서 아내와 함께 왔다는 류칭샹 씨(38)는 “웅장한 대교를 직접 보고 경험해 보고자 시간을 냈다”며 “특히 7km 가까이 되는 해저터널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 홍콩∼마카오 셔틀버스 직접 타 보니 41분 걸려


기자는 이날 오전 강주아오대교를 직접 건너보고자 홍콩 란터우섬에 있는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24분. 넓은 시설에 비해 터미널 안은 한산했다. 대기자가 없어 1분 만에 출경 수속을 마쳤다. 보안검사까지 거친 뒤에야 셔틀버스 티켓을 살 수 있었다. 58위안(약 9400원)에 마카오행 버스 티켓 1장을 구매했다.

오전 9시 45분. 승차장에는 마카오행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승객 2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버스는 지정석이 아닌 자유석으로 좌석이 가득 차는 대로 출발했다. 버스가 다가오자 승객들이 ‘진바(金巴·중국어로 금색버스의 줄임말)’라고 불리는 셔틀버스를 향해 달려갔다. 전망이 좋은 앞좌석부터 순식간에 채워졌다. 버스는 직전 버스가 떠난 지 5분 만인 오전 9시 53분 출발했다.

2층 버스 79석을 가득 채운 승객들은 대부분 광둥어를 사용하는 광둥(廣東)성 및 홍콩 지역 주민으로 보였다. 버스 창문은 일체형으로 열고 닫을 수 없는 구조였다. 별도의 휴게시설이 없어 다리를 건너는 동안은 임의로 차를 멈출 수 없다.

셔틀버스와 관광버스 외에 다른 차량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당국의 허가를 받은 택시와 개인 차량, 화물차는 통행이 가능하나 이용이 활발해 보이진 않았다. 다리 위 제한속도는 시속 80km였으나 버스는 대체로 시속 50∼60km로 주행했다. 홍콩 터미널에서 마카오 터미널까지의 이동 거리는 해저터널을 포함해 약 42km. 강주아오대교의 전체 길이가 55km지만 이는 인공섬과 육지로 연결된 도로까지 포함한 것이다.

오전 10시 32분에 마카오 터미널과 주하이(珠海) 터미널이 위치한 인공섬에 도착했다. 여기서 왼쪽 도로로 가면 마카오, 오른쪽 도로로 가면 주하이에 도착한다. 마카오 터미널과 주하이 터미널은 인공섬을 나눠서 사용하고 있어 도보로 출입경이 가능하다. 버스는 2분 뒤 마카오 터미널에 도착했다. 홍콩 터미널에서 출발한 지 41분 만이다.

마카오 입경 수속은 버스 탑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려 홍콩 출경 때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기자가 마카오 터미널을 빠져나온 시간은 오전 10시 48분. 오전 9시 24분에 홍콩 터미널에 도착했으니 티켓 구매와 대기 시간을 포함한 총 이동 시간은 1시간 24분이 걸린 셈이다.

○ 개통 첫 주말 시간당 최대 3500명 이용

‘세계 최장 해상 다리’ 강주아오대교는 준비 작업만 6년이 걸렸고 이후 9년 동안 공사가 진행됐다. 환경 파괴와 부실 공사 등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공사비만 1200억 위안(약 19조6000억 원)이 투입된 다리는 완공과 동시에 중국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3일 열린 개통식에 직접 참석했고 중국 매체들도 개통식을 전후해 연일 강주아오대교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다.

현지에서 확인한 관광 열기는 상당했다. 강주아오대교를 보기 위해 홍콩이나 마카오를 방문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마카오 터미널에서 만난 웨이모 씨(23)는 “홍콩에 거주하는데 다리를 한번 직접 건너보고 싶어서 오게 됐다. 상당히 빠르고 편하게 마카오까지 왔다”고 말했다. 기자가 마카오 터미널을 거쳐 오후 1시경 도착한 주하이 터미널 앞은 단체 관광객 여러 팀을 비롯해 관광객 100여 명으로 북적였다.

중국인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지난달 24일 정식 개통 이후 첫 주말이었던 28일에는 최대 인파가 몰렸다. 홍콩특별자치구에 따르면 28일 대교를 통과한 차량은 3120대였고 이용객은 약 7만8000명을 기록했다.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 28일 오후 6∼8시에는 시간당 3500명이 대교를 통과했다.

다만 개통 초반의 인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관광버스나 셔틀버스 외에 다리를 이용하는 외부 차량은 거의 없었다. 외국인들이 무인 시스템을 사용하려면 등록이 필요해 중국인 이용객에 비해 출입경 수속이나 매표 과정에서 시간이 더 걸렸다. 다리를 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홍콩이나 마카오를 가기 위한 수단으로 다리를 이용하기에는 가격과 시간 면에서 크게 유리하지는 않다. 다리 구간만 따지면 비용과 시간이 크게 줄어드는 게 사실이지만 홍콩 중심가에서 출발한다면 추가 교통비와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 대교 개통으로 지역 통합 가속화 전망

강주아오대교 개통으로 3시간이 걸리던 홍콩∼주하이 이동 시간은 40분으로 크게 단축됐다. 대교 건설로 홍콩, 마카오와 광저우(廣州), 선전(深(수,천)) 등 광둥성 9개 도시를 묶는 웨강아오(粵港澳) 다완취(大灣區) 구상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됐다. 중국은 이 지역권을 미국 실리콘밸리, 일본 도쿄만을 능가하는 혁신 경제권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로 개발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 지역 인구를 합치면 모두 6600만 명에 이른다. 지역내총생산은 1조3400억 달러로 한국과 맞먹는다.

9월 23일 중국 광저우와 선전, 홍콩을 잇는 고속철을 개통한 데 이어 강주아오대교까지 개통하면서 다완취 개발을 위한 교통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고속철을 통해 광저우에서 홍콩까지는 48분, 선전에서 홍콩은 14분 만에 갈 수 있다. 상대적으로 낙후했던 주하이시 일대까지 대교를 통해 홍콩에서 40분 내외에 오갈 수 있게 되면서 이 지역이 ‘1시간 생활권’으로 묶이게 된 것이다. 황재원 KOTRA 광저우무역관장은 “아직 이용이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인적 물적 이동이 늘어날 것”이라며 “고속철과 대교 개통으로 다완취 통합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척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러한 지역 통합에 대한 홍콩 내부의 반발도 상당하다. 지역 통합이 활성화될수록 중국의 간섭이 커지고 결국 홍콩의 자율성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앞서 고속철 개통 당시 중국 법이 대거 적용되자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정책)에 어긋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홍콩·마카오·주하이=권오혁 특파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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