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항공(JAL) 부조종사, 술에 취한 채 조종석 오르려다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일 18시 06분


출발 전날 밤 새워 와인과 맥주 들이켜
항공사 자체 음주 측정은 ‘무사통과’
술 냄새 맡은 공항버스 운전사 신고로 이륙 직전 발각

혈중 알코올 농도가 법적 허용치의 10배에 이를 정도로 술을 마신 채 조종석에 오르려 한 일본 항공사 일본항공(JAL)의 한 부조종사가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오후 7시경 경찰에 체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영국 BBC방송은 2일 “JAL 부조종사 지츠카와 카츠토시(42)가 이륙 50분 전 실시한 혈중 알코올 농도 측정 검사에서 술에 취한 상태였음이 발각돼 체포됐다”며 “그는 공항에서 수속을 마친 뒤 비행기까지 승무원을 이송하는 버스를 탔다가 술 냄새를 맡은 동료 운전사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고 전했다.

검사 결과 지츠카와의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100mL당 189㎎였다. 이는 영국 법이 정한 최대 허용치인 100mL당 20mg의 10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지츠카와는 이 상태로 도쿄까지 12시간이 넘는 비행을 하려고 나섰던 것. 그는 출발 시각 20시간쯤 전부터 6시간 동안 호텔 바 등을 돌아다니며 와인 1.5L, 맥주 1.8L 이상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지츠카와는 2000년 JAL에 입사했으며 비행 경력은 15년 이상이다.

지츠카와가 체포되기 전에 공항에서 JAL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음주량 측정 검사를 무사히 통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실한 승무원 음주 관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JAL 측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일본 내 공항에만 설치된 정밀한 음주량 측정기를 이달 말까지 해외 공항에도 배치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일본 국토교통성도 “앞으로는 승무원 음주 측정을 항공사 자체 규율에 맡기지 않고 국가 표준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BBC에 따르면 지츠카와는 1일 런던 법원에 출두해 법정 기준을 초과한 알코올을 섭취하고 비행기를 조종하려 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그는 29일 판결일까지 런던에 구금된다.

AP통신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주에도 일본 국내선에서 전일본공수 소속 항공기 5편이 만취한 조종사 때문에 잇달아 이륙이 지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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