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강진때 母女구해 영웅 된 男, 인도서 안타까운 사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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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25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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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라웨시 참사 당시 ‘응 콕 충’ 씨
술라웨시 참사 당시 ‘응 콕 충’ 씨
응 씨와 벨기에 동료가 구출한 소녀
응 씨와 벨기에 동료가 구출한 소녀
지난달 말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강진·쓰나미 참사 현장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뒤 잔해에 깔린 모녀를 구출해 세계의 언론 주목을 받았던 싱가포르 남성이 27일 만에 인도에서 불의의 사고로 숨졌다.

싱가포르 일간 더 스트레이츠타임스는 24일 “술라웨시 지진 참사 때 구조를 도왔던 싱가포르 패러글라이더 ‘응 콕 충’ 씨(Ng Kok Choong·53)가 인도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응 씨는 전날 인도 북부 히마찰프라데시주 비르빌링 지역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시도했다가 기상이 악화되면서 실종됐다.

헬리콥터로 수색에 나선 구조대는 다음날 다울라다르 산맥 유트랄라의 한 언덕에서 응 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응 씨는 심각한 두부 손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응 씨가 강풍으로 인해 통제력을 상실하고 (출발한)산의 반대편 산에 충돌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응 씨는 오는 주말 시작되는 패러글라이딩 월드컵에 참가하기 위해 인도로 갔다가 변을 당했다.

육군 특공대 출신인 응 씨는 약 한 달 전 세계의 많은 언론에 소개됐던 인물이다. 우리나라 매체에도 소개됐었다.

응 씨는 규모 7.5의 강진과 쓰나미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팔루를 덮치던 지난달 28일 현지의 머큐어 호텔에 머물고 있었다. 당시도 패러글라이딩 대회 참석차 팔루에 갔던 그는 건물이 무너지기 직전 호텔을 나서면서 잔해에 깔리는 상황을 극적으로 면할 수 있었다.

당시 그는 채널 뉴스 아시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머큐어 호텔이 무너지는 모습을 불과 50m 거리에서 지켜봤다”며 “호텔이 마치 젤리처럼 흔들리는 걸 봤다. 그리고 호텔이 무너지면서 주변은 온통 먼지로 자욱했다”고 설명했다.

지진 직후 호텔 인근의 바다가 거칠어지는 걸 느끼고 쓰나미가 닥칠 걸 예상한 그는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신음하는 여자아이와 엄마를 발견하고는 위험을 감수하고 호텔로 발걸음을 돌려 구조작업에 뛰어들었다.

응 씨는 “그들은 울고 있었다. 곧바로 이들을 밖으로 빼내려 노력했다. 일단 아이는 구해냈지만 아이 엄마는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쓰나미가 밀려왔다”며 “벨기에 동료는 구해낸 아이를 안고 쓰나미 반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다행히 쓰나미가 지나간 후에도 아이의 엄마는 생존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나는 콘크리트를 들어올리려 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나 그녀가 죽어 간다고 생각됐기에 단지 그녀에게 (살수 있다는 것을)확신시키고 진정 시키려 노력했다”며 “구조 인력이 올 때까지 1~2 시간 정도를 거기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모녀를 구출하는데 도움을 준 그는 구호센터에서 준 모포와 식량으로 밤을 지새우고 군용기 편으로 팔루를 탈출한 뒤 지난달 30일 싱가포르로 돌아왔다.

이 후 영웅 대접을 받던 그는 극적으로 생존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안타깝게 또 다른 타지에서 목숨을 잃었다.

응 씨와 현장에 함께 있었던 벨기에 국적 패러글라이더 프랑수아 드 네비 씨(29)는 “그는 나에게 감동을 준 위대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했고, 싱가포르 에어스포츠연맹은 “그는 이타적이고 용감했으며 항상 다음 도전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군복무 기간 동안 특공대 출신으로, 언제나 ‘할수있다’는 태도를 가져 동료들에게 귀감이 되었다”며 애도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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