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의 비극적 희생 기억”… 폼페이오, 중국의 금기를 건드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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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주년 맞아 이례적 직접 성명… 류샤오보 말 인용 “영령 영면 못해”
인권카드로 무역전쟁 중국 압박
中외교부 “내정간섭 말라” 발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3일 중국 톈안먼(天安門) 사태 29주년을 맞아 자신의 명의로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중국의 인권 문제 개선을 촉구했다. 중국을 패권 경쟁 상대로 인식하면서 최근 대(對)중국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인권 문제를 고리로 중국을 강력하게 압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1989년 6월 4일 당시) 톈안먼 광장 주변의 평화로운 시위대는 폭력적으로 진압당했다”며 “우리는 무고한 생명의 비극적인 희생을 기억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수감 중 간암이 발병해 사망한 중국 민주화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가 남긴 말까지 인용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류가 2010년 노벨 평화상 수상 소감으로 밝힌 바와 같이 ‘6월 4일의 영령들은 아직 편히 잠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트럼프 행정부는 2년 연속 현직 국무장관 명의로 톈안먼 사태 기념일을 맞아 성명을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선 대부분 국무부 대변인과 부대변인이 관련 성명을 발표했기 때문에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톈안먼 사태 25주년이던 2014년에만 존 케리 당시 국무장관 명의의 성명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미국이 이번 성명을 통해 중국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북한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백악관에서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면담 자리에서는)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면서도 “(정상회담에서는) 논의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 정부에 뭐라고 할 자격이 없다”며 폼페이오 장관을 강하게 비난했다. 화 대변인은 톈안먼 사건은 “1980년대 말 발생한 정치적 사건”이라고 표현하면서 “미국이 매년 성명을 통해 (톈안먼 사건과 관련해) 중국 정부를 이유 없이 비난하며 내정에 간섭한 것에 대해 중국은 강력히 불만을 표시하고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이미 미국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즉 주중 미국대사관 관계자를 중국 외교부로 초치해 항의했다는 것이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폼페이오#미중#무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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