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 국외 망명자 심리, 굳이 ‘misconduct’ 단어 선택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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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3월 5일 10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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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국 가디언 캡처
사진=영국 가디언 캡처
성추문에 휩싸인 고은 시인(85)이 자신의 책을 출간한 영국의 출판사에 성명서를 보내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는 “해외 망명자의 심리가 엿보인다”고 평했다.

김 씨는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하필 영국 출판사를 통해 외신에 입장 전달했다는 건 뒤집어서 얘기하면 국내 언론과 국내 여론에 대한 극단적인 불신이 깔려 있다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일(현지 시간) 고은 시인이 영국 출판사 ‘블루덱스’의 고 시인 담당자 닐 애슬리 씨에게 보낸 성명서를 보도했다. 고은 시인은 성명서에서 “일부 인사들이 나에게 제기하는 상습적인 비행(habitual misconduct)에 대해서 단호하게 부인한다”며 “시간이 지나 한국에서 진실이 밝혀지고 논란이 잠재워지기를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 사실과 맥락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의 친구들에겐 아내와 나 자신에게 부끄러울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는 점을 밝힌다”고 주장했다. 고은 시인은 또한 “내가 한 인간으로서, 시인으로서 명예를 유지하면서 계속 (시를) 집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이에 대해 “보통 망명한 사람들 보면 본국이 아닌 국외에서 ‘나는 억울했다’라며 입장을 발표한다. 고은 시인의 이번 기사를 보면서 그런 느낌을 처음에 받았다. 국내에도 수많은 언론이 있지 않나. 고은 시인이 공식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하면 버선발로 뛰어갈 것”며 국외 망명자의 심리로 이 같이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 씨는 고은 시인의 입장을 전달한 애슬리 씨가 한국 여론에 대해 ‘고은 시인의 작품을 교과서에서 빼고 작가로서 누려온 평판을 포기하도록 압박하는 등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고 표현했다며, “이걸 어떻게 알았겠나. 고은 시인이 이렇게 전달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씨는 이어 고은 시인이 ‘habitual misconduct(상습적인 비행)’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에 주목했다.

그는 “왜 ‘misconduct‘ 라는 단어를 썼을까. 사전적인 뜻은 비행, 품행이 나쁨, 간통 등이다. 이 단어를 입장 안에 포함시킨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최영미 시인의 주장에 굉장히 불쾌감을 느껴 이 단어를 굳이 넣은 것 같다. ‘나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슬리 씨의 얘기도 비슷하다. ‘고은 시인의 명망에 대한 추락은 유명인이라는 지위, 그리고 어느 작가보다도 서방에 잘 알려져 있다는 찬사에 대한 역반응’이라고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마지막으로 “저는 고은 시인의 성추행 사실을 목격하지도 않았고, 최영미 시인의 주장도 100%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도 않지만 성추행 논란 이후 고은 시인의 대응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고은 시인은 국내 언론과의 짧은 전화통화에서 ‘오늘날에 비추어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뉘우친다’고 말했다. ‘당신들이 내가 성추행 했다고 하니 인정하겠소’ 이런 식의 태도를 보인 것이고, 이번에도 비슷한 입장을 발표했다”며 “고은을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당당하게 나서주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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