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세대는 우리처럼 숨막히게 살지 말길”… SNS 울린 中 화가의 ‘딸에게 남긴 동영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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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강제퇴거 조치 비판
공안에 체포되기 직전 영상 올려… 세살짜리 딸에게 생일축하 노래

중국 베이징(北京)시의 지방 출신 저소득층 강제 퇴거는 인권 침해라고 비판한 유명 중국 화가가 중국 공안(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화가가 체포되기 직전 남겨진 딸에게 보내며 시민이 진실을 말할 권리를 호소한 동영상이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 심금을 울리고 있다.

18일 영국 BBC 중문판에 따르면 베이징의 유명 화가인 화융(華湧) 씨는 최근 베이징에서 진행된 이른바 디돤런커우(低端人口·지방 출신 저소득 하층민) 강제 퇴거 장면을 촬영하고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후 톈진(天津)으로 몸을 피했으나 체포를 피하지는 못했다. 그는 이런 행동이 강제 퇴거에 항의하는 시위를 촉발시켰다는 혐의를 받았다. 현재 그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화 씨는 체포되기 직전 자신을 찍은 동영상에서 긴박한 상황 속에 공안이 문을 부수고 들어올 것이라고 말한 뒤 세 살짜리 딸을 위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이어 “아빠가 이 일을 한 것은 네 세대가 아빠와 할아버지 세대가 겪은 일을 겪지 않도록, 아빠와 할아버지 세대처럼 숨 막히게 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란다”라고 말해준다. 그는 “아빠는 우리 국가가 좋아지기를 바란다”며 “공정, 공평, 자유, 민주, 언론의 자유”를 언급한다. “감옥에 갈 준비가 돼 있으며 육체로 시민이 진실을 말할 권리를 지키기를 원한다”고 호소한다.

공교롭게도 중국 당국은 런민(人民)일보 해외판 18일자 1면을 통해 “최근 인권백서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행정 권력의 경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권리가 한계를 넘어 시민 인권의 행사 공간을 축소하는 것을 방지하고 행정 법 집행을 엄격하게 규정함으로써 국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시민의 인권을 침범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내용이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저소득층#강제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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