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만 빼고… 백악관 질서 잡은 켈리

  • 동아일보

이방카 부부도 함부로 대통령 못만나… 좌충우돌 트럼프도 최근엔 변화 조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서는 나를 통해야 한다.’

올해 7월 취임한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사진)이 세운 제1원칙이다. 이후 켈리 비서실장과 롭 포터 비서실 차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모든 서류와 정보를 검토했다. ‘로열 패밀리’인 이방카 트럼프와 재러드 쿠슈너 부부도 더 이상 켈리 비서실장의 허락 없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수 없다. 지난달 29일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이방카 부부는 아직까지 켈리 비서실장과 일하는 것에 만족해하고 있다.

하지만 4성 장군 출신인 켈리 실장도 트럼프 대통령을 온전하게 통제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기조연설 당시 연설을 듣던 켈리 비서실장이 얼굴을 감싸 쥔 사진이 대표적인 증거다. “북한을 멸망시키겠다”는 등의 발언은 켈리 실장을 비롯한 참모들이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말라’고 조언한 것과 배치되는 것이었다. 앞서 8월 말 대통령의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지자 연설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켈리 실장의 원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른 직원들 앞에서 질타하기도 했다.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들은 켈리 실장의 ‘꼼꼼한 리더십’으로 두 달 만에 백악관이 점차 질서를 찾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0일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과 ‘협치’하기로 결정한 것도 켈리 비서실장의 설득 때문이라고 전했다. 백악관은 최근 미국 본토에 상륙한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 사태에도 대처를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켈리 실장이 백악관 내 혼란을 정리하고 있지만 내홍이 잦은 백악관에 질려버린 직원들의 마음까지는 돌리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지난달 22일 폴리티코는 일찌감치 이직 준비를 시작한 백악관 직원의 수가 점점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헤드헌터, 로비스트 등을 통해 대기업, 컨설팅 회사, 대학교 일자리를 미리 알아본 뒤 백악관 경력 1년을 채우게 되는 내년 1월 대거 이직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백악관#켈리#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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