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독설 트윗’ 릴레이에 화난 美언론 “이제 좀 그만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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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성향 뉴욕포스트 사설서 일침
트럼프, 주요 외교행사 기간에도 언론 때리는 트윗 멈추지 않아
불리한 기사는 가짜뉴스로 매도
칼 번스틴 “전례없이 악의적 공격” 공화당서도 “품격 잃었다” 비판

“그만, 그냥 그만해” 3단어 사설 미국 일간지 뉴욕포스트 6월 30일자에 실린 사설. ‘트럼프의 트윗에 대하여’라는 제목 아래에 ‘그만, 그냥 그만해(Stop. Just stop)’ 세 단어만 적혀 있다.
“그만, 그냥 그만해” 3단어 사설 미국 일간지 뉴욕포스트 6월 30일자에 실린 사설. ‘트럼프의 트윗에 대하여’라는 제목 아래에 ‘그만, 그냥 그만해(Stop. Just stop)’ 세 단어만 적혀 있다.
지난달 30일 아침 미국 일간지 뉴욕포스트를 펼쳐든 맨해튼의 뉴요커들은 사설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트럼프의 트윗에 대하여(On Trump’s tweet)’라는 제목의 사설에 ‘Stop. Just stop.(그만, 그냥 그만해)’이라는 달랑 세 단어만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MSNBC 간판 프로그램 ‘모닝 조(Morning Joe)’의 공동 진행자 미카 브레진스키와 조 스카버러를 조롱하는 인신 공격성 트윗을 날린 것에 대한 논평이었다.

뉴욕포스트는 보수적 성향이 강한 폭스뉴스를 소유한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 계열이다. 뉴욕 현지에선 대선 기간 트럼프를 공개 지지한 이 매체가 훈계조의 ‘세 단어’ 사설을 내놓은 것을 뉴스로 다뤘다.

○ ‘백악관 협박’ 폭로전으로 번진 트윗 독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 만찬(6월 29일), 한미 정상회담(6월 30일) 등 굵직한 외교 이벤트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자국 언론을 상대로 ‘독설 트윗’을 멈추지 않았다. ‘미친(crazy)’ ‘정신이 이상한(psycho)’ ‘지능이 떨어지는(low IQ)’ ‘아주 멍청한(dumb as a rock)’ 같은 원색적 표현을 구사했다. ‘얼굴 성형을 해 피를 흘리고 있다’는 식의 여성 비하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더 이상 체면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독설 논란은 ‘진실 공방’으로 번졌다. 트럼프의 타깃이 된 MSNBC의 두 진행자는 지난달 30일 방송에서 “백악관이 (친트럼프 성향의) 내셔널인콰이어러를 동원해 ‘트럼프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불리한 기사를 내보내겠다’고 협박했다”고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장 “가짜 뉴스다. (오히려) 그들이 내셔널인콰이어러 기사를 막아 달라고 요청해 거절했다”며 반박했다. 두 진행자는 다시 트윗을 통해 관련 문자메시지와 통화 기록이 있다고 재반박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했던 언론계의 전설 칼 번스틴은 1일 CNN의 ‘뉴 데이’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도 넘은 언론 공격에 대해 “전례 없이 악의적”이라고 비난했다. 번스틴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성격과 언론에 대한 공격은 행정부 전반의 기능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난 모던 대통령, 소셜미디어 멈추지 않을 것”

공화당 내부와 보수 논객들 사이에서도 트럼프의 트윗 독설이 “품격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폭스뉴스 설문에서 응답자의 71%가 ‘트럼프의 트윗이 그의 어젠다를 손상시킨다’고 응답했다. 폭스뉴스 진행자인 터커 칼슨은 “정책 목표도 없는 어리석고 비생산적인 트윗은 대통령 지지자들을 당황스럽게 하고 좌파들만 즐겁게 한다”고 비판했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트럼프가 지지층을 결집하는 수단으로 ‘가짜 뉴스’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에게 미디어는 ‘공유된 적(Shared enemy)’이 됐다”고 지적했다. 미디어가 대통령을 공격할수록 지지자들은 대통령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주류 언론과의 싸움에서 물러설 기색이 없다. 그는 1일 4개의 트윗을 연달아 올리며 소셜미디어를 쓰는 자신을 ‘현대적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내가 인터뷰와 연설,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2016년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걸 잊지 말라”고 덧붙였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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