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 “용납 못해” 유세 취소… 막말로 제 발등 찍은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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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담패설’ 트럼프 낙마 위기]美대선 한달 앞두고 공화당 패닉

‘버스안 음담패설’ 직후 2005년 10월 NBC 방송의 ‘액세스 할리우드’라는 프로그램 녹화를 앞두고
 촬영된 영상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가운데)가 진행자 빌리 부시(왼쪽), 여배우 아리안 주커와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는
 주커를 만나기 전 버스 안에서 부시와 지저분한 음담패설을 나눴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버스안 음담패설’ 직후 2005년 10월 NBC 방송의 ‘액세스 할리우드’라는 프로그램 녹화를 앞두고 촬영된 영상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가운데)가 진행자 빌리 부시(왼쪽), 여배우 아리안 주커와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는 주커를 만나기 전 버스 안에서 부시와 지저분한 음담패설을 나눴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막말로 흥한 도널드 트럼프(70)가 이젠 막말로 무너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가 7일(현지 시간) 공개한 음담패설 동영상은 그가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에 걸맞은 자질을 갖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트럼프는 쏟아지는 당내  후보  사퇴  요구에 8일 성명을 내고 “나는 내가 완벽한 사람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며 인간적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1일 뉴욕타임스가 제기한 연방 소득세 회피 의혹에도 오히려 탁월한 절세였다고 반박하면서 꿋꿋이 버텨 냈던 트럼프지만 많은 사람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음담패설 파일의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마저 “트럼프의 발언과 행동에 상처받았다. 그의 발언을 용납하거나 방어할 수 없다”며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의 위스콘신 합동 유세 일정을 취소했다.

○ “스타가 되면 여성 성기도 움켜쥘 수 있다”

 3분 1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트럼프가 2005년 10월 NBC 방송의 ‘액세스 할리우드’ 녹화를 앞두고 진행자인 빌리 부시와 버스 안에서 대화하는 모습이 나온다. 트럼프는 그해 1월 지금의 부인 멜라니아와 결혼했다.

 트럼프는 먼저 유부녀와의 혼외정사 시도를 거론했다. 그는 “낸시라는 여성에게 미친 사람(b****)처럼 접근했는데 실패했다. 성관계(f***)를 하려고 했는데 그녀는 결혼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가 가구를 원해 가구 쇼핑도 데리고 갔다”며 계속 유혹했음을 시사하더니 “어느 날 갑자기 그녀를 보니깐 커다란 가짜 가슴(phony tits)에 얼굴도 완전히 바뀌었더라”고 말했다. 이 여성은 당시 이 프로의 공동 진행자였던 낸시 오델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NBC는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어 지나가는 여성을 보더니 “오, (저 여자와) 키스를 하게 될지도 모르니 (입 냄새 제거용 사탕인) ‘틱택’을 좀 써야겠다”며 “나는 자동으로 미인한테 끌린다. 그냥 바로 키스를 하게 된다. 마치 자석 같다”고 욕정을 드러냈다. 그러더니 “당신이 (나 같은) 스타면 그들(미녀들)은 뭐든지 하게 허용한다. 여성 성기(p****)를 움켜쥐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당시 트럼프는 NBC 방송의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 시리즈 주인공으로 인기를 끌고 있던 때여서 이 발언은 방송 권력을 이용해 여성을 희롱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최고사령관(commander in chief)이 아니라 ‘groper(신체 부위를 손으로 더듬는 사람) in chief’가 되려 하고 있다고 조롱했다.

○ 트럼프가 버티면 ‘펜스 구원투수’ 카드는 물거품

 CNN이 8일 공개한 트럼프의 ‘하워드 스턴 쇼’ 라디오 인터뷰 파일도 외설적인 발언투성이다. 특히 모델로 활동했던 큰딸 이방카에 대해선 패륜적인 언사를 늘어놨다.

 2006년 10월 인터뷰에서 스턴이 “이방카가 갈수록 더 육감적이다. 혹시 가슴 성형 수술을 했나”라고 묻자 트럼프는 이렇게 답했다. “성형 안 했다. 내 딸은 언제나 육감적이었다. 키도 크지. 거의 6피트(182cm, 실제 키는 5피트 11인치·180cm)에 믿을 수 없이 아름답다. 게다가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인) 와튼스쿨을 거의 올 A로 졸업했다.” 2004년 9월 인터뷰에서 스턴이 “이방카를 ‘성적으로 끝내주는 여자(a piece of ass)’로 불러도 되느냐”고 하자 웃으며 “그래라”라고 했다. 1997년 인터뷰에서는 ‘언제 처음 성관계를 했느냐’는 질문에 “14세쯤이었을 것이다. (상대가) 고등학생이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단히 아름다운 조그마한 소녀였다”고 답했다.

 공화당은 패닉에 빠졌다. 지금까지 트럼프의 온갖 막말과 각종 의혹에도 거론되지 않던 후보 사퇴론과 함께 부통령 후보의 ‘구원투수론’까지 제기됐다. 트럼프 캠프 관계자는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이 동영상이 (우리에게) 종말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전국위원회(RNC) 당규 9조에 따르면 위원회는 대선 후보 유고 땐 전당대회를 다시 열거나 의견을 수렴해 직권으로 대선 후보를 재지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대선 후보가 사망하거나 후보직을 거부(사임)할 때만 가능하다. 트럼프가 계속 버티면 펜스 대선 후보 카드는 불가능하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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