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사우디 파격 개각, 석유장관도 교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8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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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중독’에서 벗어난다는 파격적 경제개발 계획인 ‘비전2030’을 지난달 말 발표한 사우디아라비아가 7일 이를 뒷받침할 대대적인 개각을 단행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경제 분야 장관급 고위직이 거의 다 교체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교체 장관 중에는 1995년부터 21년 간 석유부 장관을 지내 온 알리 이브라힘 알 나이미(81)도 포함됐다. 세계 최대 석유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사우디의 석유부 장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정책에 발언권이 커 ‘세계 석유황제’로도 불린다. 이번 개각으로 석유부 명칭도 에너지·산업광물부로 바뀌었고 석유뿐 아니라 에너지정책 전반으로 영역이 확대됐다.

신임 에너지·산업광물부 장관에는 보건장관 겸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회장인 왕족 출신의 칼리드 알 팔리(56)가 임명됐다. 사우디의 명줄을 쥐고 있던 80대 석유장관이 50대로 급격하게 세대교체된 것이다. 사우디는 왕실 인사가 욕심을 부려 석유산업을 망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60년간 전문 각료를 석유부 장관에 임명해 왔지만 이번에 금기를 깨고 석유산업에 대한 왕실 장악력을 높이는 길을 선택했다. 석유부와 함께 중앙은행 총재와 무역·투자부, 교통부 장관도 교체됐다.

BBC는 이번 개각이 경제정책을 관장하는 사우디의 왕위 계승 서열 2위 모하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부왕세자(31)의 뜻이 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사우디의 최고 실세로 알려진 모하마드 부왕세자는 지난달 25일 ‘석유시대 이후(post-oil)’를 대비한 경제개발 계획인 ‘비전2030’을 발표한 인물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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