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이 45억 달러(약 5조1200억 원)가 넘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직원들의 시간당 임금을 경쟁 호텔보다 낮게 주고 인간적인 대우도 하지 않는 악덕 고용주란 주장이 나왔다. 트럼프가 저학력·저소득 노동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올랐지만 정작 자기 직원들은 푸대접하는 위선자라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의 전직 직원들을 인터뷰해 대선 후보가 아닌 고용주 트럼프의 민낯을 2일 생생하게 보도했다. 호텔 펜트하우스 객실 청소를 담당했던 멕시코 출신 마리셀라 올베라 씨(47)는 트럼프와 그 가족, 손님으로 찾아온 유명인을 볼 수 있었지만 알은체하는 것은 금물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보스(트럼프)에게 말을 건네서는 안 된다는 근무 원칙이 있어 침묵 속에서 일만 했다”며 “트럼프 또한 항상 (직원에게) 무관심했다”고 말했다. 호텔 청소원으로 일했던 엘살바도르 출신 셀리아 바르가스 씨(57)는 “트럼프는 우리를 노동자나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그에게 우리는 그저 (노동력을 따지는) 숫자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직원들은 트럼프에 대해 “대선 후보와 고용주로서의 모습이 달라 위선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트럼프에 대한 불만은 단순한 인상 비평에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호텔 직원들은 근처 다른 호텔들보다 시간당 평균 3달러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다른 호텔들이 보장하는 무료 건강보험이나 연금 혜택도 트럼프호텔에는 없다. 라스베이거스 호텔의 98%는 노동조합이 있지만 트럼프호텔이 인정하는 노조는 없다. 트럼프호텔 직원 500여 명은 지난해 말에야 노조를 설립해 지난달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의 인정을 받았지만 트럼프호텔 측은 아직 노사 협상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가디언은 “노조원 70% 이상이 이민자 출신이어서 이들은 강경한 이민자 정책을 표방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해고당할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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