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4월 29일 뉴욕 퀸스플러싱을 찾아 연설하고 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지난 뉴욕 경선에서 퀸스는 저에게 큰 승리를 주었어요. 어느 지역보다 다양한 민족과 인종이 함께 사는 퀸스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태어난 사람이 이민을 반대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가 없네요. 정말 미스터리예요.”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은 지난달 29일 오후 7시 반 미국 뉴욕 퀸스 내 한인이 많이 사는 플러싱의 한 연회장에서 열린 후원 행사에서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 주자이자 퀸스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70)를 공격했다.
클린턴은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이고 전 세계에서 이민 온 자유 시민들이 미국을 더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든다고 확신한다”며 “나는 분열과 차별, 폭력의 정치가 아니라 여러분과 함께 소매를 걷어붙이고 단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를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누가 들어도 트럼프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이어 “우리는 이미 위대하지만 앞으로 계속 더 위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아시아계가 주도했지만 백인 히스패닉 흑인 등 여러 인종의 후원자 200여 명이 참석해 클린턴의 15분 연설을 기립한 채 경청했다. 인구 230만 명의 퀸스는 어떤 인종도 절반을 넘지 않고 아시아계가 4분의 1에 이르는 대표적 다인종 도시다. 다양성(diversity)과 도시(city)를 결합한 ‘다이버-시티(diver-city)’라고 불린다. 클린턴은 뉴욕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버몬트)을 58% 대 42%로 이겼다. 특히 퀸스에선 62% 대 38%로 대승을 거뒀다.
뉴욕 지역 언론들은 “뉴욕은 민주당이 우세한 이른바 ‘블루 스테이트’이고 클린턴이 연방 상원의원에 재선한 곳이지만 트럼프가 뉴욕 토박이인 데다 맨해튼에서 사업을 키워 온 만큼 두 뉴요커의 뉴욕 대결 결과가 이번 대선의 하이라이트”라고 전했다.
뉴욕에서 클린턴에 대패하며 추격세가 꺾인 샌더스는 1일 워싱턴 외신기자클럽에서 회견을 열고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클린턴에게 패하면 트럼프의 당선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샌더스 지지자 중에 샌더스가 후보가 되지 않으면 클린턴 대신 트럼프를 찍겠다는 젊은층이 적지 않은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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