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적 ‘성관계 몰카’에 러 발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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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지도자와 애인 ‘섹스 동영상’, 40분간 TV보도… 인격매장 위기
反푸틴 진영 삼두마차 중 2명도… 최근 횡령죄 투옥-의문의 피살

미하일 카샤노프 인민자유당 당수(왼쪽)가 반정부 활동가인 나탈리야 펠레바인과 성관계를 하는 모습이 침실 구석에 설치된 몰래카메라에 40분간 찍혀 2일 러시아 방송사 NTV로 방영됐다. NTV화면 캡처
미하일 카샤노프 인민자유당 당수(왼쪽)가 반정부 활동가인 나탈리야 펠레바인과 성관계를 하는 모습이 침실 구석에 설치된 몰래카메라에 40분간 찍혀 2일 러시아 방송사 NTV로 방영됐다. NTV화면 캡처
카샤노프 당수
카샤노프 당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가장 큰 정적으로 꼽혔던 미하일 카샤노프 인민자유당 당수(59)가 애인과 성관계를 하는 동영상이 2일 공개돼 러시아가 발칵 뒤집혔다.

러시아 방송사인 NTV는 이날 모스크바의 한 주택에서 카샤노프 당수와 반(反)정부 활동가인 나탈리야 펠레바인(39)이 성관계를 하는 ‘몰카(몰래카메라)’ 영상을 골자로 40분 동안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흑백으로 촬영된 영상에는 두 남녀가 성관계 후 서로 껴안고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담겨 있다. 촬영 각도를 볼 때 이들이 이곳에 올 것을 아는 누군가가 방 한구석에 몰카를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영상이 공개되자 펠레바인은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혀 자신이 몰카의 희생양임을 시인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4일 보도했다. 카샤노프 당수는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러시아 안팎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정적의 정치적 생명을 끊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동영상을 공개한 NTV는 푸틴 대통령이 사장이나 다름없는 최대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이 경영하는 방송사다.

카샤노프 당수는 ‘반(反)푸틴 진영을 이끌어 가는 삼두마차’로 꼽혔던 야당 지도자다. 최근 1년 반 사이 삼두마차 중 2명이 제거됐다. 모스크바 시장에 출마했던 알렉세이 나발니는 2014년 초 횡령죄로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는 지난해 2월 모스크바에서 괴한의 총격에 암살됐다. 이 때문에 러시아에선 다음번 암살 대상은 카샤노프 당수일 것이란 관측이 유력했다. 하지만 그는 암살 대신 성관계 동영상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인격적으로 매장당할 위기에 빠졌다.

카샤노프 당수는 2000년 푸틴 정권 1기 때 총리를 맡아 2004년까지 직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 유코스에 대한 정부 탄압을 비판한 죄로 ‘푸틴 패밀리’에서 축출돼 야당 인사로 변신했다. 2008년 대선에 출마했지만 러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 청원서의 서명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후보 등록을 원천 봉쇄했다.

카샤노프 당수의 애인 펠레바인은 극작가 겸 연기자로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랐다. 그는 무리한 진압으로 수백 명의 사망자를 낸 모스크바 인질극과 베슬란 인질극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했다. 외신에 단골 출연해 유창한 영어로 푸틴 정권의 행태를 비판하는 그는 크렘린이 가장 미워하는 여자로 꼽힌다.

옛 소련 시절 국가보안위원회(KGB)에서 활동했던 푸틴 대통령은 1996년 보리스 옐친 초대 러시아 대통령의 눈에 들어 대통령 총무실 부실장으로 임명된 뒤 정보기관 근무 과정에서 익힌 암살과 납치, 미인계 및 섹스 동영상을 통한 협박 등 온갖 수법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는 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했다. 옐친 대통령 시절인 1999년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유리 스쿠라토프는 모스크바의 한 아파트에서 두 명의 창녀와 목욕하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가 국영TV를 통해 방영된 뒤 갑작스럽게 직무가 정지됐다. 그는 당시 대통령 측근을 포함한 고위층의 부패를 파헤치던 중이었다. 단 3년 만인 1999년 8월에 총리로 지명된 것도 옐친의 정적을 가차 없이 제거하는 데 능력을 발휘해 신임을 받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살해된 인사도 많다. 주로 정치인과 언론인들이다. 2003년 4월 야당인 ‘자유러시아당’을 이끌던 세르게이 유셴코프가 자택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살해됐고, 영국 망명 뒤 반푸틴 활동을 벌였던 러시아 재벌 보리스 베레좁스키는 2013년 3월 영국 런던에서 독살됐다. 범죄 현장에 ‘꼬리’를 남기지 않아 암살범의 정체가 밝혀진 사례는 거의 없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푸틴#정적#성관계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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