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뉴욕한인회 갈등 대서특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한 지붕 두 회장… 법정 싸움 이어 탄핵 충돌”
취임식 땐 양측 몸싸움 경찰 출동… ‘막장 드라마’에 한인들 체면 깎여

미국 뉴욕 한인회장 자리를 둘러싼 갈등이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대서특필돼 지역 한인들의 체면을 구기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5일 인터넷판에 두 명의 뉴욕 한인회장이 자신이 진짜 회장이라며 싸움을 벌인 ‘한 지붕 두 회장’ 뉴욕한인회 분쟁을 보도한 데 이어 26일자 종이신문 14면에도 실었다.

신문은 기사 첫머리에 “뉴욕 한인회장을 만나고 싶다면 먼저 60세의 남성 민승기 씨를 만나라, 그 다음에 54세의 여성 김민선 씨를 만나라”며 “두 사람은 자기가 유일한 뉴욕 한인회장이라고 소개하며 상대가 회장을 사칭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2월 회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가 김민선 후보의 자격을 박탈해 소송이 제기됐고, 회장으로 당선된 민승기 회장에 대한 탄핵으로 비화됐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지난달 7일 김 씨를 지지하는 전직 회장단협의회가 뉴욕한인회관에 들어가 자물쇠를 바꾸고 한인회 인수를 선언했다. 이틀 후 경찰은 이들 ‘쿠데타 지도부’를 퇴거 조치했지만 전직 회장단은 새로운 선거를 실시해 김 씨를 회장으로 다시 뽑았다.

회장 취임식이 예정된 이달 1일에는 한인회관에 경찰차와 구급차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김 씨는 이날 오전 10시경 수십 명의 지지자와 함께 한인회관 6층 한인회 사무국으로 진입하려 했으나 민 씨의 직원들과 변호사가 이들을 막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은 김 씨와 민 씨가 서로 이곳의 책임자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우리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심한 몸싸움이 일어나고 거친 욕설이 오고 갔다. 김 씨는 “내 몸에 손대지 마”라고 소리를 질렀고 민 씨의 지지자 중 한 여성이 쓰러져 구급대까지 출동했다. 다시 돌아온 경찰은 김 씨와 양측 변호사를 빼고 모두 건물 밖으로 퇴거 조치했다.

결국 김 씨는 한인회관 앞에서, 민 씨는 한인회 강당에서 각각 취임식을 거행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미소를 띤 채 “한인회 규정상 건물 앞에서 취임식을 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그를 지지하는 김모 전직 회장은 존 F 케네디 암살 후 린든 존슨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에서 취임식을 거행한 것에 빗대 “우리도 존 F 케네디 룰을 따르자”고 언급하기도 했다.

‘막장드라마’와 유사했던 갈등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씨의 후보 자격 박탈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은 6월 중순으로 미뤄졌다. 마거릿 챈 주심 판사는 “그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55년 동안 한인 이민자들이 미국 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뉴욕 한인회가 무보수에 의전 기능이 대부분인 회장 자리를 놓고 다툼을 벌여 그 중요성이 희석되고 있다”고 비꼬았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