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주변에서는 북한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방북(개성공단 방문) 허가 결정 취소에 대해 “황당하고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반 총장의 한 측근은 20일 “수개월 전부터 사무총장실에서 주유엔 북한 대표부를 통해 추진해온 이번 방북 건은 북측으로부터 ‘긍정적 통보’를 받고나서야 19일 공식 발표한 것인데 북한이 왜 갑자기 180도 태도를 바꿨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엔 관계자들은 “북한은 그동안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많은 관심과 호의를 꾸준히 보여 왔기 때문에 반 총장을 이렇게 난처한 상황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2010년과 2011년 반 총장의 정무담당 측근인 한국 외교관들의 방북을 허용했고 ‘유엔 회원국’의 자격으로 반 총장에 대한 초청 의사를 여러 차례 전달하기도 했다. 유엔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북한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초청했다’는 기사는 언제 써도 팩트(사실)”란 말이 나돌 정도였다. 반 총장은 이번 개성공단 방문 건에 대해 “언론에 미리 보도되면 북한이 방북 허가를 안 해 줄 수도 있다”며 엠바고(보도 유예)를 요청하는 등 신중하고 추진해왔다.
유엔 주변에선 “반 총장 측이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둔 것 아니냐” “너무 나이브(순진)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의 한 외교 소식통은 “개성공단이 비록 북한의 수도(평양)는 아니지만 그래도 북한인데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22년 만의 방북’이 마치 방한 일정의 한 가지 부대행사처럼 진행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내 듯’이 한국에 온 김에 이뤄지는 방북 추진의 모양새가 북한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성완종 게이트’에서 터져 나온 의혹들을 피해보려고 ‘방북’을 터뜨렸다가 모양만 구겼다는 비판도 있다.
그동안 반 총장 주변에서는 “‘큰 방북’(평양 방문)에 비해 개성공단은 ‘문턱’(방북 성사 조건)이 낮지 않느냐”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번 북한의 취소 결정을 통해 방북의 문턱은 방문 지역에 관계없이 상당히 높다는 걸 확인시킨 것이다.
한 유엔 소식통은 “최근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정치적 위상 제고를 위해 유엔 산하기관 등 국제기구 수장들의 방북 초청을 적극 추진해왔다”며 “반 총장의 방북도 그런 측면에서 활용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때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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