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흑인 사망에 소요 확산… 美퍼거슨市 비상사태 선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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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절도장면 CCTV 공개
경찰 물타기 시도에 흑인들 분노
야간 通禁에도 시위… 7명 체포
“한인업소 7곳 外추가피해 없어”

10대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의 경찰 총격 사망 사건으로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 일대가 무정부 상태로 빠져들면서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흑백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는 1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퍼거슨 시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야간 통행금지를 명령했다. 통행금지 기간은 17일 0시부터 오전 5시까지다. 하지만 시위대 150여 명은 이날 밤부터 내린 폭우에도 불구하고 통행금지 시간을 넘겨 17일 새벽까지 경찰과 대치했다고 CNN이 전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와 연막탄을 발사하고 시위대 중 7명을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한 여성이 총격으로 심한 부상을 입어 경찰이 부상자의 신원과 총격이 일어난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

특히 시위대는 경찰의 해산 명령에 ‘손들었다! 쏘지 마!’라고 외치며 저항했다. 이는 시위대의 공식 구호로 하워드대 흑인 학생 300여 명이 사건 당시 브라운처럼 무고함의 표시로 양손을 들고 찍은 사진이 트위터를 통해 확산되면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시위 사태로 15일까지 퍼거슨 시의 한인 업소 7곳이 피해를 입었다. 관할 재외공관인 시카고 총영사관은 영사를 현장에 보내 피해 상황을 조사 중이며 현지 경찰에 보호를 요청했다. 외교부는 17일 “이후 한인 업소에 추가 피해 상황은 없다”고 밝혔다. 인구 2만 명의 퍼거슨 시에는 한국인 100여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 “비상사태와 통행금지 명령이 시위대를 더욱 자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날 경찰이 브라운 사망 사건 발표에서 ‘물타기’를 시도해 경찰에 대한 반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토머스 잭슨 퍼거슨 시 경찰서장은 15일 기자회견에서 브라운에게 총을 쏜 경찰이 6년 차 경관인 대런 윌슨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브라운이 친구인 도리언 존슨과 사건 당일인 10일 오전 상점에서 담배를 훔치는 모습을 담은 폐쇄회로(CC)TV 화면을 공개했다. 잭슨 서장은 이들 중 한 명이 절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윌슨 경관을 경찰차로 밀어 넣은 뒤 경찰의 총을 놓고 몸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총성이 울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존슨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브라운과 함께 길을 걷던 중 경관의 지시를 받았고 그대로 했는데도 경관이 브라운의 목덜미를 붙잡아 경찰차에 집어넣으려 했다”고 반박했다.

현지 언론들이 경찰의 짜 맞추기 의혹을 제기하자 경찰은 회견 몇 시간 뒤 “절도 사건과 총격 사건은 무관하다”고 발을 뺐다. 치안 업무가 14일 경찰에서 고속도로 순찰대로 넘어간 뒤 진정 기미를 보이던 시위가 이 때문에 다시 가열됐다. 일부 10대 청소년은 브라운이 절도한 장소로 알려진 ‘퍼거슨 마켓 앤드 리커’ 등을 비롯해 상점 여러 곳을 약탈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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