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몫 경제까지 움켜쥔 ‘시 황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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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소조 조장 맡아 1인지배 강화… 소조 실무책임자엔 ‘절친’ 앉혀
경제분야서도 개혁 드라이브 걸듯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정치·외교와 군사, 안보에 이어 경제 정책까지 총괄하는 등 권력 장악을 더욱 공고히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 등은 국가주석이, 경제 부문은 총리가 각각 나눠 맡는 중국 집단지도체제가 ‘황제 주석’ 시진핑의 ‘1인 지배체제’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관영 신화(新華)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13일 조장 자격으로 제6차 중앙재경영도소조(재경소조) 회의를 주재하면서 에너지 소비와 공급, 기술, 수습 시스템 등에서 4대 혁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통신은 이번 재경소조의 집행부가 언제 확정됐는지 밝히지 않은 채 시 주석은 조장,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부조장 자격으로 참석했다고 소개했다.

재경소조는 금융과 통화 관련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런민은행장, 금융감독기구 책임자,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국유자산관리위원회 주임 등이 참여한다. 1980년 창설됐다가 1989년 해체된 뒤 1992년 복원됐다. 장쩌민(江澤民) 당 총서기가 조장을 맡다가 1998년 주룽지(朱鎔基) 총리에게 바통을 넘긴 이후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에 이르기까지 줄곧 총리가 수장(首長)으로 있었다. 시 주석이 올해 재경소조의 조장이 됐다면 16년 만에 ‘총리 조장’의 전통이 깨진 셈이다.

시 주석은 이미 국가안전위원회와 중앙인터넷안전정보화영도소조 등 7개의 직함을 갖고 있다. 이번에 재경소조까지 거머쥠으로써 정치와 국방, 경제, 문화 등 각 영역의 권력을 한 몸에 집중시키게 됐다. 홍콩 밍(明)보는 “경제 개혁은 시진핑식 개혁의 핵심이자 관건”이라며 “(개혁을 이끌고 있는) 시 주석이 이 때문에 당이 직접 경제를 관리해야 한다(당관경제·黨管經濟)고 수차례 강조해왔다”고 설명했다. 당 총서기인 시 주석이 재경소조를 이끌게 된 명분과 배경을 개혁 드라이브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중화권 매체들은 재경소조의 실질적 업무를 처리하는 소조판공실을 시 주석의 경제 책사로 알려진 류허(劉鶴) 주임이 이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류 주임은 시 주석과 베이징(北京) 101중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서로 알고 지냈던 절친한 사이다. 지난해 5월 톰 도닐런 당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중국 방문 당시 시 주석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며 류 주임을 소개하기도 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시진핑#중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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