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릴-센카쿠 공동전선” 中제안 받고 日과는 경제-군사협력 확대 협의
日, 美해병대와 센카쿠 방어 훈련
중국의 부상과 미일 동맹의 퇴조, 러시아의 진출이라는 동아시아 세력 판도에서 강대국 간 물고 물리는 합종연횡이 이뤄지며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상호 견제 카드로 러시아에 경쟁적인 ‘러브콜’을 보내는 가운데 러시아는 ‘양다리 전략’으로 실리를 챙기고 있다.
6일 홍콩 다궁(大公)보 등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중국 국가 원수로는 처음으로 소치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러시아로 향했다. 시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양측의 회동은 지난해 3월 이후 6번째다. 중국 언론들은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또 중국은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와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영유권 갈등과 관련해 러시아에 ‘대일 공동전선’을 제안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마이니치신문은 중국이 2010년 가을 러시아와 가진 비공식 외교협의 때 “러시아의 쿠릴 4개 섬 영유권을 인정할 테니 센카쿠 열도는 중국 땅이라는 중국 입장을 지지해 달라”고 제안했다고 이날 전했다. 쿠릴 4개 섬은 러시아가, 센카쿠 열도는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이때 러시아는 “쿠릴 4개 섬은 러-일 간에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극동 개발과 관련해 일본의 협력을 의식한 계산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일본과 도쿄(東京)에서 외교·국방장관(2+2) 회의를 열어 군사협력 방안까지 협의했다. 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7일 소치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고 푸틴 대통령은 가을에 일본을 방문한다.
중국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나치 독일에 비유한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에게도 맹공을 퍼부었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5일 “아키노 대통령은 중-일 관계를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영국과 독일 관계로 비유해 망신살이 뻗친 아베 총리의 대열에 합류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필리핀 측이 “중국을 공격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하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신속하게 보도해 확전을 꺼렸다.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동중국해에 전력을 집중하려고 전선이 남중국해까지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무장력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5일 내놓은 군사균형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국방비는 1122억 달러(약 121조 원)로 3위 러시아(682억 달러)를 두 배 가까이로 앞서며 미국을 추격했다. 미국은 6004억 달러였다. 한국은 318억 달러로 세계 11위였다.
일본은 6∼8월 미국 하와이 주변 해역에서 열리는 환태평양연합훈련(림팩)에서 미국 해병대와 사상 첫 수륙양용 훈련을 실시한다. 중국의 센카쿠 열도 침공에 대비한 훈련이다. 이번 훈련에는 중국 해군도 참가할 예정이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동아시아 외교·안보 지형 변화 속에 한국의 전략적 입장이 정확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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