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취임공연한 소녀… 공원에서 총에 맞아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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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총기규제 격론하던 날

“어린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우리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개브리엘 기퍼즈 전 의원)

“선량한 총기 소지 국민들을 마치 범죄인 취급하고 있다.”(웨인 라피에르 전미총기협회·NRA 대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포괄적 총기규제안을 발표한 이후 지난달 30일 처음 열린 미국 상원 법사위 청문회. 증인 의원 방청객 모두가 총기규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로 치열하게 대립했다.

2년 전 애리조나 총기 난사 사건으로 머리에 중상을 입었다가 기적적으로 소생한 개브리엘 기퍼즈 전 의원은 어눌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총기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증인 목록에 없었지만 우주비행사 출신 남편 마크 켈리 씨의 부축을 받으며 깜작 등장한 기퍼즈 전 의원은 단 62개 단어로 된 짧은 증언을 마치고 힘겹게 퇴장했다. 켈리 씨는 아내의 힘든 투병 과정을 소개하며 “나도 총기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위험한 사람의 손에 총이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총기 소지자 신원 조회 확대를 촉구했다.

증언석 옆자리에는 총기업계 로비단체 NRA의 웨인 라피에르 대표가 앉아 있었다. 라피에르 대표는 “그 어떤 총기규제 법안도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학교 무장병력 배치가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NRA의 공식 입장도 재확인했다.

법사위 공화당 소속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뉴타운 총기사건 범인이 사용했던 부시마스터 반자동 소총을 나도 가지고 있다”며 “시민은 위험에 맞서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패트릭 레이히 법사위 위원장은 “2월에 총기규제 법안을 마련해 전체회의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규제안 중 신원 조회에 대해서만 집중적인 토론이 이뤄졌다. 강력한 공격용 무기 금지, 고성능 탄창 제한 등은 의제에 오르지도 못해 의회 통과가 쉽지 않음을 예고했다.

청문회장에서 찬반을 놓고 논쟁하고 있던 날, 지난달 21일 오바마 대통령 2기 취임식 퍼레이드에서 축하 공연을 했던 시카고 킹 칼리지 프렙 고교생 하디야 펜들턴 양(15)이 수업을 마친 뒤 학교 인근 공원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남성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총기규제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총기규제#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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