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중의원 해산 ‘의기양양’… 정당들 총선 대비 이합집산
우익 대연합 주장 이시하라 하시모토 만나 “통합하자”
“일본 헌법 제7조에 따라 중의원을 해산한다.”
16일 오후 3시 50분 일본 도쿄(東京) 중의원(하원) 본회의장. 요코미치 다카히로(橫路孝弘) 의장이 해산 조서(詔書)를 읽자 기립한 의원들은 만세삼창을 한 뒤 박수를 쳤다. 전후 54년간 지속된 자민당 일당지배 체제를 끝내고 국민의 큰 기대 속에 출범했던 민주당 정권이 3년 3개월 만에 초라하게 무너지는 역사의 현장이었다.
각 정당은 다음 달 16일 총선을 향해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정계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침몰과 자민당의 정권 복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총리직을 예약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의 발언에 일본 금융시장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 3년 3개월 만에 끝난 민주당 정권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이날 오전 8시 각료회의를 열고 전원의 서명을 받아 중의원 해산을 결정했다. 중의원 임기는 내년 8월까지이지만 내각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더이상 정국을 이끌고 갈 동력을 잃었다. 무상복지 공약 무산 등 국민과의 약속을 배신한 게 원인이었다.
중의원이 해산되자 군소 정당의 이합집산이 급박해졌다. 특히 제3세력의 핵으로 부상한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일본유신회 대표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태양의 당 대표 행보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민당의 단독 과반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의 득표력이 일본 정계개편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이시하라 대표는 16일 하시모토 대표를 만나 제3세력 대통합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하시모토 대표는 탈(脫)원전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 문제에 이시하라 대표와 이견이 있다고 물러서면서 몸값을 높이고 있다.
현재 15개 정당이 난립하고 있어 정당 간 이합집산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와해와 제3세력 부상으로 올해만 일본유신회, 태양당, 국민생활제일당 등 6개 정당이 출범했다.
○ 무게 실리는 아베 총재
자민당이 총선에서 제1당으로 올라설 것이 확실시되자 아베 총재의 발언에 부쩍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그는 15일 도쿄에서 열린 요미우리국제경제포럼에서 “정권을 잡으면 디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2∼3%대의 ‘인플레이션 타깃’을 설정하고 경기부양을 위해 무제한으로 돈을 풀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대하는 일본은행 총재는 해임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그는 장롱 속 현금을 끌어내기 위해 ‘무이자 비과세 국채’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국채를 구입하면 상속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시중에 돈이 풀린다는 것이다.
일본 외환시장은 그의 발언에 즉각 반응했다. 선거도 치르기 전에 ‘자민당 정권’이 출범한 분위기다. 16일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환율은 장중 한때 전일 대비 0.33엔 오른 81.17엔(1092.88원)에 거래됐다. 엔화 환율이 81엔대를 보인 것은 6개월 반 만이다. 닛케이평균주가는 16일 종가 기준 9024.16엔으로 9영업일 만에 9000엔대를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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