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외교의 상징적인 존재인 압둘라 비샤라 전 유엔 대사(70·사진)는 대아시아 외교정책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걸프 만 연안의 산유국이 정치 경제 군사 분야에서 협력해 종합적인 안전보장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1981년 설립한 걸프협력이사회(GCC) 초대 회장을 13년간 지냈다. 16, 17일 이틀간 열리는 아시아협력대화(ACD) 정상회의를 앞둔 14일 비샤라 전 대사를 만났다.
동아시아의 눈부신 발전과 다양성을 높이 평가한 그는 특히 한국의 성장이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유엔대표부 대사를 지내던 1970년대만 해도 남한 경제상황은 파키스탄, 이집트, 멕시코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국은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국민성으로 단시간에 국제적인 수준을 뛰어넘는 성과를 이룩했다.”
그는 최근 중동 지역에 세를 확장한 중국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시리아 유혈사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채택 거부에 “실망스러웠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아랍의 봄에 대해 그는 “국가별로 다양한 민주주의의 길을 모색하는 기회가 됐고 개인이 자유의사를 표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높이 산다”고 평가했다.
왕정국가의 연합이기도 한 GCC는 아랍의 봄을 피해갔다. 석유 수입으로 번 돈을 풀었기 때문에 피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없지 않았다. 쿠웨이트는 국내총생산(GDP)의 73%, 정부 재정수입의 94%를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전형적인 산유국형 경제구조. 석유가 고갈되면 국가 경제가 한순간에 파탄날 수 있는 취약한 구조인데도 교육, 의료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그뿐만 아니라 신혼부부에게 보조금 2만 달러(약 2213만 원)를 지급하고 희망자에게 주택용지를 무상 제공하는 등 시혜성 복지정책을 펴고 있다.
그는 “오일머니로 국민을 배부르게 해도 국가생산성에는 도움이 안 되는 낭비성 복지가 문제”라며 “인센티브가 없어 일할 의욕을 상실하고 생산성이 제로가 된다”고 지적했다.
비샤라 전 대사는 이번 ACD 정상회의가 쿠웨이트와 아시아의 경제, 문화적 협력을 도모하는 첫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쿠웨이트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의 미래를 아시아의 풍부한 성장 경험에서 찾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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