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억만장자 “오바마 당선되면 당신들 해고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부자 증세 공약에 반발… 전직원 7000명에게 e메일
최고 부유층 1% ‘집단 반란’… 오바마를 히틀러에 비유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당신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 주 전역에 대단위 리조트 단지 20여 개를 소유한 억만장자 데이비드 시걸 웨스트게이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직원 7000여 명에게 e메일을 보내 “오바마의 계획대로 세금이 추가로 부과되면 회사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 오바마는 미 최상위 1%에 적대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경제 주간지 포브스는 10일 미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자 오바마를 향한 ‘1%의 반란’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1%’는 미 최고 부유층을 지칭하는 말로 지난해 반(反)월가 시위대가 미국 내 빈부격차에 항의하며 ‘1% 대 99%’의 슬로건을 쓴 것에서 유래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최근 오바마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헐뜯는 미국 CEO는 시걸만이 아니다. 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도 자신의 트위터 팔로어 150여만 명에게 거의 연일 오바마를 비난하는 글을 보내고 있다. 그는 “(만약 오바마가 당선되면) 나는 누군가를 해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카지노 억만장자 스티브 윈은 9일 밤 라스베이거스 정치프로그램에 참가해 “오바마는 계급전쟁을 촉발하고 있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인을 몰아치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메가 어드바이저의 리언 쿠퍼먼 CEO는 최근 뉴요커 기고문에서 오바마를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하면서 “오바마는 미국의 자유를 빼앗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 부유층이 오바마의 재선을 반대하는 것은 대선 공약으로 내건 사실상의 ‘부자 증세(增稅)’ 때문이다. 오바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1년과 2003년 도입한 감세정책을 연말에 끝내면서 그 대상을 연 소득 25만 달러(약 2억8000만 원) 이하에게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25만 달러 이상 부유층은 내년부터 최고소득세율(35→39.6%)과 자본이득 및 주식배당에 대한 세금(15→20%)이 오르게 된다. 각종 조사에서 ‘부시 감세’의 가장 큰 수혜자는 부유층인 것으로 나왔던 만큼 세금 인상에 따른 부담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오바마가 추진하는 건강보험(메디케어) 강화 방안도 기업의 근로자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 부담을 가중시킨다. 여기에 월스트리트 개혁 등 금융시장의 투명성 강화를 추진하는 오바마를 미 부유층은 ‘눈엣가시’처럼 느끼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오바마#부자 증세 공약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