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票心 잡기’는 오바마가 완승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9일 03시 00분


■ TV광고 전쟁 롬니 압도
최근 6개월 40만회 방영… 롬니보다 10만회나 많아
싼값에 광고 미리 구입… 비방 위주 전략도 먹혀

미국 대선 1차 TV 토론을 앞둔 지난달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 진영은 토론 장소인 콜로라도 덴버 지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7770건의 TV광고를 쏟아 부었다. 하루 260건꼴. 광고 횟수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단연 우세했다. 롬니 광고가 5번 나갈 때 오바마 광고는 7번 나갔다. 더 치열한 경합 주인 플로리다에서는 광고 격차가 더욱 컸다. 오바마는 롬니보다 두 배 더 많은 광고를 내보냈다.

오바마는 TV광고에서 롬니를 압도하고 있다. 웨슬리안미디어프로젝트(WMP)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미국 전역에서 방송된 오바마 광고는 40만 건으로 롬니보다 10만 건 정도 많았다. 뉴욕타임스는 “적어도 TV광고전에서는 롬니의 완패라고 할 수 있다”고 5일 분석했다.

광고지출액에서 두 후보 간 격차는 크지 않다. 지금까지 오바마는 2억9000만 달러(약 3225억 원), 롬니는 2억5000만 달러를 광고에 투입했다. 지출액 차가 별로 없는 반면 광고 횟수가 월등히 많은 것은 오바마가 지출 대비 효과에서 앞서는 것을 의미한다.

오바마는 일찌감치 광고에 집중 투자했다. 캠페인 초기부터 TV광고에서 롬니를 ‘부정직한 기업인’으로 규정짓는 전략을 활용한 것. 오바마는 낮은 가격으로 광고를 대량 선매했으며 주요 지지층인 주부와 젊은층 대상 프로그램 전후에 집중적으로 광고를 배치했다. 또 20여 명의 전문인력을 투입해 언제 어느 지역에 광고를 내보낼지 결정했다. 반면 롬니 캠프에서는 광고담당 인력이 1명에 불과할 정도로 소홀했다. 오바마보다 광고에 뒤늦게 뛰어든 롬니는 1.5∼2배 높은 가격에 광고를 사야하는 불리한 처지다.

오바마는 철저히 상대 비방광고에 집중하며 메시지 효과에서도 롬니를 앞서고 있다. 비방광고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유권자에게 긍정광고보다 최고 3.5배 더 각인하는 효과가 있다고 WMP는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대선 종반전으로 접어들면서 오바마가 지지율 경쟁에서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광고투자 효과 덕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TV광고가 중요해진 것은 후보들이 길거리 유세, 우편 캠페인 등 전통적인 유세 방식보다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네거티브 캠페인을 전개할 때 TV광고는 극적인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다.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슈퍼정치행동위원회(슈퍼팩) 등 외부그룹의 영향력이 커진 것도 TV광고가 증가한 요인이다. 슈퍼팩이 가장 쉽게 후보를 지원할 수 있는 방식이 TV광고이기 때문이다.

올 대선에서 지금까지 오바마와 롬니가 지출한 돈은 각각 6억1200만 달러와 5억3400만 달러에 이른다. 두 후보의 지출액 중 TV광고 비중은 47∼50%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08년 대선에서 광고 지출 비중은 35∼37%였으며 2004년과 2000년에는 25∼30% 수준이었다. 대선까지 아직 한 달 정도 남았지만 TV광고 횟수는 벌써 2004년, 2008년 대선 때와 맞먹는다. 올해 TV광고 횟수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 회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오바마 재선 캠프는 지난달 선거자금 모금액이 1억8000만 달러로 전달보다 59% 증가했다고 밝혔다. 오바마가 현재까지 모은 선거자금은 9억4700만 달러로 이달까지 포함하면 1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오바마#TV광고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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