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폐식용유 도둑’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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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길거리 폐품 절도 기승

미국 뉴욕 시의 레스토랑들이 버린 폐식용유를 수거해 재활용업체에 넘기는 일을 하고 있는 트럭운전사 에디 씨는 요즘 당혹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폐식용유가 담긴 드럼통을 열어보면 기름이 하나도 없기 때문. 이미 누군가가 가져가버린 것이다. 그는 심지어 진공청소기로 드럼통에 담긴 폐식용유를 빼내가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기름값이 오르고 살림살이도 크게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뉴욕 시에 때아닌 폐식용유 도둑들이 들끓고 있다고 뉴욕포스트가 10일 전했다. 폐식용유는 4년 전에는 거의 값이 나가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1파운드(0.454kg)에 38센트에 이른다. 가공 과정을 거쳐 디젤 엔진에 사용되는 바이오연료로 재활용되기 때문에 기름값이 비싼 상황에서 값어치가 높아졌다. 수거업체들은 뉴욕 시와 계약을 하고 폐식용유를 모아 재활용업체에 다시 판다. 뉴욕 시 브루클린 등의 폐식용유를 수거하는 M&E소프의 에드워드 군더슨 사장은 “올 들어 도둑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체 수거량의 10% 정도가 도난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폐식용유 도둑들은 수백 달러를 손쉽게 벌고 있다”고 비난했다.

폐식용유뿐 아니라 폐지, 고철, 동파이프, 전선, 중고 냉장고, 세탁기 등도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폐지의 경우 2년 전만 해도 파운드당 1센트에 불과했으나 중국으로부터의 수요가 늘면서 최근 6배나 값이 뛰었다. 폐지를 수거해가는 D&N서비스의 한 직원은 “(업계 전체로) 매달 100만∼200만 달러어치(약 11억6600만∼23억3200만 원)를 도난당한다”고 추정했다.

뉴욕 시 위생국 비토 투르소 대변인은 “거리의 폐품은 뉴욕 시 소유이기 때문에 시와 계약을 하지 않은 개인이나 기업이 가져가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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