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을 잊지 말자, 상복 입고 묵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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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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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유혈사태 23주년… 中 긴장 고조
해외 反中사이트 행동지침 제시… 난핑 등 곳곳 시위-추모집회 열기

‘6·4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6월 3일과 4일 오후 2시에 모두 상복을 입고 광장 등에서 묵념을 하자.’

외국에 서버를 둔 반중(反中) 사이트 ‘모리화(茉莉花·재스민, www.molihua.com)’가 5월 30일 중국인들에게 제시한 시위 행동 요령이다. 6·4는 1989년 6월 4일 발생한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톈안먼 사태 23주년을 앞두고 중국 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번 23주년은 지난해 ‘재스민 혁명’ 열기가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이래 처음 맞는 톈안먼 사태 기념일인 데다 시각장애 인권운동가 천광청(陳光誠) 사건의 여파로 민주화 진영이 고무돼 있어 산발적인 시위가 곳곳에서 일어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일 홍콩 밍(明)보 등에 따르면 푸젠(福建) 성 난핑(南平) 시에서는 5월 29일 인권운동가 판옌충(范燕瓊) 등 10여 명이 톈안먼 사태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정치개혁 주장을 지지하는 청원서를 법원에 냈다. 같은 시기 구이저우(貴州) 성 구이양(貴陽)에서도 시위가 있었다.

이에 앞서 5월 초엔 산둥(山東) 성 지난(濟南) 시에서 20여 명이 6·4 기념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톈안먼 사태 당시 정치범으로 처벌받은 사람들이지만 대학생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톈안먼 사태 희생자 유가족들의 모임인 ‘톈안먼 어머니회’는 121명의 회원이 연명한 공개서한을 정부에 전달하고 당시 시위를 재평가할 것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톈안먼 사태 때 진압군 탱크에 두 다리가 잘린 뒤 미국으로 이주했던 팡정(方政) 씨가 5월 31일 홍콩에 입국한 것으로 전해져 추모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팡 씨는 홍콩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석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또 홍콩에서는 1989년 당시 시위 주동자들을 해외로 탈출시켰던 비밀조직과 그 활약상을 공개한 ‘내막과 진상: 6·4 참새작전’이라는 책도 출판됐다. 참새작전(黃雀行動)은 천다정(陳達鉦) 씨 등이 홍콩 민주화 단체와 연계해 반체제 인사 133명을 중국 본토에서 미국 등 해외로 빼돌린 것이다. ‘사마귀(중국 정부)가 매미(수배자)를 잡아먹으려는데 참새(홍콩 비밀조직)가 (채 가려고) 그 뒤에 있다’는 중국 속담에서 작전명이 유래했다.

중국 정부는 이런 움직임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달 말 구이저우 성 구이양에서 열린 집회 참석자 3명을 구속했다. 하지만 올가을 권력 교체를 앞둔 민감한 시점인 만큼 섣부른 대응으로 혼란이 커지는 것은 피하겠다는 의도도 감지되고 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톈안먼사태#행동지침#추모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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