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가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는 듯하자 유럽연합(EU)에 이탈리아라는 더 큰 골칫거리가 몰려오고 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현재 이탈리아 공공부채는 1조8900억 유로(약 2900조 원)로 국내총생산(GDP)의 1.2배에 해당한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4400억 유로)의 4배, 그리스 국가부채의 5배에 이른다. EU 통계청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10년 유로존 회원국 중 정부 부채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그리스로 GDP의 144.9%였고 이탈리아는 118.4%로 집계됐다.
엄청난 국가부채는 이탈리아 국채의 폭락을 부르고 있다. 수개월간 고공행진을 거듭해온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4일 장중 한때 유로존 출범 이후 최고인 6.43%까지 올랐다. 유로존의 가장 안전한 자산인 10년 만기 독일 국채와의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도 사상 최고인 460bp(4.60%포인트)나 벌어졌다.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문제다. 그는 탈세와 미성년 매춘에 연루된 4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1건의 탈세 재판에서만 1심 무죄를 선고받았다. 5일 로마에선 수만 명이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총리의 안이한 사태 인식도 문제다. 그는 “이탈리아 식당은 손님이 가득하다”고 큰소리다. 프랑스 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선 그리스와 이탈리아 위기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두 차례나 졸아 수행원이 깨우는 일도 있었다. 그는 6일 “경제개혁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이탈리아 경제는 위기를 넘어 도약할 것이다. 내가 사퇴하면 ‘꼭두각시 총리’가 들어설 위험이 있다”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하지만 노령연금 삭감과 정부자산 매각 확대 등 긴축 예산정책은 북부동맹 등 연정 참여 정당까지 반대하고 있다. 제1야당 민주당은 8일 긴축 예산안이 통과돼도 총리 불신임 동의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반면 긴축정책과 정치 리더십만 확보되면 이탈리아 문제는 쉽게 풀릴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탈리아의 재정적자는 지난해 말 GDP의 4.6%로 유로존 평균(6.5%)보다 낮고 프랑스의 7.1%보다 훨씬 낮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유로존 위기는 부채 위기 이전에 신뢰의 위기”라며 “재정이 비교적 양호한 이탈리아까지 부도 위기에 몰리는 건 신뢰의 위기가 부른 악순환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한 나라가 부도가 날 것으로 우려하게 되면 이 나라의 채권 매입을 꺼리게 되고 정부는 이를 위해 더 많은 이자를 줘야 하며 이렇게 되면 이 나라의 재정상황은 실제로 더욱 나빠져 부도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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