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여기서 죽겠다” 日 센다이의 한국 유학생 사연,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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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7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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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센다이로 4년전 유학와서 학교를 졸업하고 오는 22일 출국 예정이었으나 대지진이 일어나는 바람에 죽었다 살아난 느낌. 11일 오후부터 그날 밤은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 예정이던 한국 네티즌이 지진 이후 대피한 장소에서 일본인들과 부대끼며 겪은 이야기가 뒤늦게 훈훈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 15일 야구전문 커뮤니티사이트 엠엘비파크에 ‘지금 일본 센다이시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ShutdownCB’는 “일본 센다이에서 유학생활을 했고 귀국 예정이었으나 지진이 일어나는 바람에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되었습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가 전하는 지진 이후 혼란한 상황에서의 대피소 생활 이야기 그리고 귀국하지 않고 ‘죽어도 여기서 죽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지의 사연, 그대로 소개한다.

“대지진이 일어나고 조그마한 초등학교 체육관에 수백 명이 몰려들어 발디딜틈도 없이 북적대는데 그제서야 꿈에서 깬 것처럼 실감이 들었습니다. 피난소 대책본부에는 나이드신 아저씨, 아주머니들만 수고하고 계시길래 뭔가 도와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꼴에 체대생이라고 힘쓰는 일은 다 저한테 시켜주십시오라고 했습니다.

발전기 돌리기, 사람들에게 모포 나눠주기, 화장실에 사용되는 물 퍼나르기, 스토브 불 지피기 등… 혼란 속에 여러 사람들이 자원해서 일을 거들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서로 모르던 사람들끼리 말도 트고, 이리저리 돕다보니 나이에 상관없이 새로운 친구, 인연이 되어 의지가 되니 마음이 든든해졌습니다.

그리고 조금 상황이 안정된 후 저를 한국인이라고 소개하자 모두들 놀라며 저를 위로해줬습니다. 일본인도 아니면서 대단하다며 띄워주는데 불꺼진 방에 혼자있기 무서워 피난왔다고는 말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벌써 피난소 생활 4일째 입니다. 씻지도 못하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잘 못자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지진과 원전사고 때문에 지금 이 곳은 불안과 걱정이 가득합니다.

솔직히 저는 여기서 자원봉사 하고 있지만 어차피 나야 여기서 떠버리면 그만이지 뭐 하는 생각으로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는데 대책본부 다른 분들이 저를 위해 폐쇄된 센다이공항 이외의 한국행 항공편과 교통수단 등을 알아봐주더군요. 어디로 가면 버스를 탈 수 있고 여기 센다이에서 나갈 수 있다.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지... 어제 십년만에 이분들 때문에 눈물 쏟을 뻔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꿔 일본이 영화처럼 침몰한다고 해도 여기서 죽기로 결심했습니다.

다른 분들이 제 얘길 듣고 오버한다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제가 4년동안 여기서 만난 지인들과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을 이대로 두고 나몰라라하고 한국을 떠날 수는 없습니다.

제가 그들에게 대단한 존재도 아니며 큰 힘이 되주지도 못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꼭 다해내고 마음 편히 한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이 마음속으로나마 힘이 돼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글에 엠엘비파크 회원 200여 명이 응원의 댓글을 달며 그에게 용기와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아 정말 훈훈한 청년이다. 대단하다는 말 외에 할 말이 없다”면서 “멀리 한국에서 당신을 응원하고 몸 건강할 수 있도록 기원하겠다. 화이팅”이라며 격려했다.

한 회원은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힘내세요. 그래도 원자력 발전소 때문에 겁이 납니다.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곧 돌아오세요”라고 말해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이 글은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들에도 퍼졌고, 사연을 읽은 네티즌들은 저마다 위로와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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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도깨비뉴스 김동석 기자 @kimgi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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