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유엔에 공습 요청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리비아 사태가 보름 넘게 지속되면서 잇단 전투에 지친 반정부군이 국제사회의 무력 개입을 호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정부군은 비록 수도 트리폴리 등 일부 도시를 제외하면 사실상 리비아의 80%가량을 점령한 상태지만 막상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친위대가 지키고 있는 수도로 진격하기에는 힘이 부치는 양상이다.

2일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벵가지에 거점을 둔 반정부군의 핵심 간부들은 트리폴리 공습을 유엔에 정식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외세의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영토 내 지상군의 투입보다는 전투기 공습이나 비행금지구역 설정, 무기 원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정부군의 임시조직인 국가위원회의 압델 하피즈 고가 대변인은 “만약 (미국 등 특정 국가가 아닌) 유엔이 공습을 해준다면 외세의 개입으로 볼 수 없다”며 무력 개입 요청을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반정부군의 이 같은 움직임은 자력으론 카다피 정권을 전복시키는 데 한계가 있음을 체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정부군은 시위 시작 열흘 만에 벵가지 등 동부 거점 도시들을 빠르게 점령했지만 최근 며칠간 이렇다 할 전과 없이 정부군과의 국지적 교전만 되풀이하고 있다. 민간에서 자원한 시위대와 정부군 이탈 병력만 갖고는 현대식 무기를 등에 업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친위대를 무찌르기에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집트의 경우 와엘 고님 구글 이사 등 ‘깜짝 영웅’의 등장이 소강상태에 빠졌던 시위대를 자극한 도화선이 됐지만 이미 수천 명의 희생자가 발생해 내전 상태에 빠진 리비아에서는 이런 돌파구도 기대하기 힘든 처지다. CNN은 “현재로선 카다피 정권도, 반정부군도 현 국면을 바꿀 만한 힘을 갖고 있지 않다”며 “리비아는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