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王, 20년 전 ‘한국계 혈연’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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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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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1990년 노태우 前대통령 방일때 직접 언급”

아키히토(明仁·사진) 일왕이 1990년 노태우 전 대통령과 만나 일왕 가문에 한국계 혈연이 섞여 있음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고 아사히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일왕은 이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를 앞둔 2001년에도 일왕 가문과 백제의 인연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 신문은 노 전 대통령 방일 당시 통역을 맡았던 김상배 씨(75·여)의 말을 인용해 “아키히토 일왕이 1990년 5월 24일 궁중에서 열린 만찬이 끝나기 직전 노 전 대통령에게 ‘한국과 깊은 인연이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왕은 또 일본 전통 궁중 음악인 아악(雅樂)을 감상하기 위해 자리를 옮기는 도중에도 “가계(家系)를 살펴보면 모계에 한국계 인물이 있는 듯하다”고 언급했다. 일왕이 이 말을 한 순간에는 곁에 노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당시 아키히토 일왕의 “일본에 의해 초래된 불행했던 시기에 한국 국민이 겪은 고통을 생각하며 통석(痛惜)의 염(念)을 금할 수 없다”는 사죄 발언에 묻혀 부각되지 않았다. 식민지 사죄 발언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던 노 전 대통령은 일왕이 직접 조상의 혈연관계를 언급한 사실을 높이 평가했으나 이 사실을 공표하지 말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키히토 일왕은 2001년 12월 18일 기자회견에서는 “간무(桓武) 천황(제50대 일왕)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에 기록돼 있다”며 “한국과의 깊은 연을 느낀다”고 좀 더 구체적인 발언을 했다. 2004년 8월 3일에는 당숙인 아사카노미야(朝香宮誠彦王·67)가 충남 공주의 무령왕릉에서 제사를 올리게 한 적도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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